파고 또 파고… 맹탕으로 끝난 4번째 4대강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감사원, 1년만에 결과 발표
‘MB, 무리한 사업지시’ 결론
환경부, 청와대측 요청 받고 ‘수질오염 우려’ 보고서에서 삭제
MB측 “정치적 감사 중지해야”


감사원이 4일 이명박(MB) 정부를 겨냥한 4대강 사업의 추진 과정을 들여다본 감사결과를 1년 만에 발표했다. 4대강 사업 단일주제로만 감사원이 실시한 네 번째 감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내린 첫 감사 지시였던 만큼 기대감이 높았지만 관련자 수사 의뢰도 없고 대운하 사업 연관성, 수질오염 원인 등 핵심 논란들은 밝혀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491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4대강 사업이 결정된 과정과 추진 절차, 집행의 적정성을 짚고 연세대와 서울대 산학협력단, 대한환경공학회에 의뢰한 성과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무리한 사업 지시 및 추진이 빚은 ‘하자 많은 결정’이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 중단을 선언한 지 2개월 뒤인 2008년 8월부터 4대강 사업에 착수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 측근인 장석효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TF팀장의 용역자료를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라고도 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보 설치 △수심 5∼6m 굴착 △낙동강 물그릇(수자원 확보량) 8억 t 확보 등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타당성이나 기술 분석을 거치지 않고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최종 발표했다.

MB의 ‘대운하 로망’은 감사결과 곳곳에 드러난다. 최소 수심을 2.5∼3m로 하면 홍수 예방과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는 국토부 보고에도 수차례 지시로 결국 6m로 끌어올린 부분이 대표적이다. 배가 다니도록 최소 수심을 6m로 해야 한다는 대운하설계팀의 추진안을 따온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

환경부는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수질개선 목표를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으로만 기준을 삼았고,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조류 발생 등 수질오염이 우려된다는 표현을 각종 보고서에서 삭제시켜 공론화 과정도 막았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직접 이 전 대통령의 조사 협조를 얻기 위해 구속 전 두 차례나 서울 대치동 사무실도 찾아갔지만 협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외부 기관에 맡긴 성과 분석 결과도 미흡한 편이었다. 4대강 사업의 총비용은 31조여 원이지만 총편익이 6조6000억 원에 그친다는 경제성 분석 결과가 있지만 환경변화와 시설부족 등을 이유로 정확한 추정치가 아니라는 한계를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번 감사는 시민단체 공익감사 청구 형식을 빌려 청와대 하명을 받은 ‘억지 춘향 감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감사결과 발표 후 성명을 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반복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감사는 중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4대강 감사#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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