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등 29곳에 친여 35명 입성… 달라지지 않은 ‘낙하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3시 00분


文정부 출범뒤 국회 정무위 산하기관 인사 살펴보니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 공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 이후 금융권 공공기관과 국책연구원, 민간 금융사의 고위직에 친여 성향 인사들이 대거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미뤄온 공공기관장 인선을 서두르고 있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동아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산하 공기업과 국책연구원, 민간은행 등의 인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9곳에 35명의 친여 성향 인사가 임명 또는 선임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전문성을 갖춰 정부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인사들이 정권 창출에 기여한 것 외에는 해당 직책을 맡을 만한 적임자라고 보기 힘들어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친여 인사들이 가장 눈에 띄게 많이 진출한 곳 중 하나다. 올 1월 임명된 이정환 사장은 19,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부산에 출마했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이동윤 상임감사와 조민주 비상임이사도 이 사장과 함께 부산선대위에서 각각 대외협력단장과 공동본부장으로 일했다.

KDB산업은행은 이달 초 지난해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으로 활동한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양채열 전남대 교수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런 사정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공기업도 비슷하다. 조용순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는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 출신이다. 수출입은행의 고유 업무는 물론이고 경영진의 비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 직무와도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곽성열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도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대전시당 유세지원본부 공동단장이었다.

금융부문 민간회사도 친여 인사를 속속 영입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올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며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영입했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는 올 3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될 때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국책연구소 수장도 대선후보 캠프 출신 인사들이 속속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전문성과는 별개로 이들이 수장을 맡은 연구기관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맡은 조흥식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사회문화 분과장으로 활동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낙하산 인사’를 완전히 막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최소한 실력 없는 낙하산 인사를 솎아낼 견제장치는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장관석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국회 정무위#산하기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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