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작전용 침투헬기, 사업비 1조원 넘는데 내년 예산 2억만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北 눈치 보는 국방부 예산안

국방부가 2019년 방위력 개선 예산 요구안에서 ‘3축 체계’ 표현을 삭제하기로 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화해 무드로 접어든 남북관계를 감안한 데 따른 것이다.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한국 단독의 민관군 합동훈련인 ‘을지태극연습’으로 축소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구체적인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얻는 것 없이 대북 군사 대응체계를 이완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3축 체계 용어와 개념을 수정하더라도 무기 도입 등 전력 증강 계획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3축 체계라는 표현을 뺐지만 방위력 개선 분야 예산 요구안을 올해보다 1조8879억 원 늘려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하는 등 국방계획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3축 체계 표현 삭제 외에도 군 당국의 어정쩡한 자세는 내년도 예산안 곳곳에서 엿보인다. ‘김정은 참수 작전’에 필요한 신규 예산 반영을 꺼리는 점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유사시 북한에 침투하는 데 필요한 특수작전용 침투헬기 사업(총 1조2057억 원 규모) 예산으로 내년도에 2억 원만 요구했다. 특수임무 여단의 임무 수행을 지원할 ‘자폭형 무인기’ 도입 사업(총 89억 원 규모) 예산도 내년에는 11억 원만 요청하고 나머지는 2020년도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남북관계 변화의 속도와 추이를 살펴가며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이 같은 국방부의 예산 요구안에 대해 “‘김정은 참수 작전’ 관련 예산이 삭감될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축 체계 수정 기류에는 청와대와 여권의 뜻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는 내부적으로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3축 체계를 대체할 표현도 찾고 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핵·미사일 폐기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수세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자칫 군 안보 태세에 심각한 허점을 노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방#예산#3축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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