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혜화역 시위 보며, 남성 중심적 고정관념 다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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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2일 15시 05분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혜화역 시위에 참석한 일부 여성들이 외친 극단적 혐오구호와 퍼포먼스에 동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동안 남성 중심적, 성차별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는 데 대해서는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불법 촬영(몰래카메라)에 대한 성차별적인 편파수사를 규탄하며 혜화역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위를 보며,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 의원은 1990년대 초 부산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나 의원은 "남성 유흥종사자를 고용하는 유흥업소, 소위 ‘호스트 바’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남성 유흥종사자의 존재 자체가 부산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는 방증으로 보았는지, 유흥종사자를 단속할 명시적 사유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수많은 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식품위생법과 동법 시행령은 유흥업소에서 ‘여성’인 유흥종사자를 두고 접객 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하였고, 이를 풍기문란 행위로 단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흥종사자가 ‘남성’으로 바뀌자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기 시작했다"라며 "나는 관련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여성 유흥종사자가 남성 손님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괜찮고, 성별이 바뀌면 구속 사유가 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호스트바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고 했다.

나 의원은 "식품위생법 시행령은 20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유흥종사자를 '부녀자'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 대상이 '부녀자'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3년이다. 20세기 중반의 차별적 성 고정관념이 아직도 많은 법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에 대해 차별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한 때다. 그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는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주최했다. 이날 혜화역에는 6만명(주최 추산)이 모였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성차별 편파수사'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고 '문재인 제기(재기)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재기'는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을 빗댄 은어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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