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시 “핵무력 건설”… 美 위협 나선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노동신문 영문판서 “핵-경제 병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첫 언급
12일 美와 유해 송환 회담도 거부… 대신 15일 장성급 회담 개최 제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영문 사설에서 ‘핵 무력 건설(building of nuclear force)’을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정책노선으로 채택한 뒤로 노동신문이 ‘핵 무력 건설’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욱 큰 난관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조선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Let Us Accelerate Advance of Korean Revolution)’는 제목의 영문 사설에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위해 중단 없이 전진해 온 패기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전선에서 새로운 번영의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앞서 11일 노동신문 1면 톱으로 게재된 사설을 영문으로 옮긴 것이다.

노동신문은 전날 국문판 사설에서 ‘병진노선’이라고 표기한 대목을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으로 표현했다.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진 노동신문 등 대외 매체에서 ‘핵 무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영문판도 최근엔 병진노선을 ‘두 전선의 병진(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two fronts)’ 정도로 표현해 왔다. 그동안 자제했던 ‘핵 건설’이란 표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이후 비핵화 후속 조치와 종전선언 시기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체제 보장 조치를 받아내려고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더군다나 북한은 이날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이날 유해 송환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및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전 판문점에 도착했으나 북측 협상단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회담이 무산됐다. 북한은 그 대신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 15일 장성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간)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의 현재 태도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 싱가포르=한상준 기자

#핵무력 건설#미국 위협#장성급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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