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문건 안보여주고 “어떨것 같나”, 국방부 “외부전문가 법리검토” 포장
감사원 반론 나오자 뒤늦게 실토… 기무사 문건 4개월간 조치 안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선포 검토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3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구두로 물은 것이 확인되면서 송 장관 책임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독립수사단을 설치해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기 전까지, 송 장관이 수사 지시는커녕 문건의 위법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조차 안 한 사실이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감사원이 ‘최 원장이 관련 법리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한 직후 브리핑을 자청했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은 3월 16일 기무사령관에게서 문건을 전달받은 이후 누구에게도 문건을 보여주며 정식 법리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앞서 국방부는 “송 장관이 문건을 전달받은 직후 외부 전문가를 통해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법리 검토를 했다”며 “그 결과 수사 대상까지는 아니지만 기무사의 월권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를 기무사에 대한 고강도 개혁의 근거로 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국방부는 ‘법리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바꾸며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4개월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뭉갠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한 문건이 공개되면 정상회담의 의미가 퇴색될 것을 우려해 문건 공개와 수사 지시 시점을 늦춘 것”이라고 했다. 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건이 공개되면 ‘군이 여당 편을 든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국방부는 “앞서 ‘법리 검토를 했다’는 발언은 대변인의 실수였다”면서도 그 같은 발언을 정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군 특별수사단이 16일부터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등에 대한 공식 수사를 시작함에 따라 송 장관이 조사를 받을지가 관심을 끈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송 장관은 현역 군인이 아닌 공무원 신분이어서 군 특별수사단의 수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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