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일단락하고 20대 후반기 국회 운영의 닻을 올렸다. 이번 원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상임위 18곳 중 무려 8곳의 위원장을 각각 2명씩의 의원이 임기를 나눠 번갈아 맡기로 한 점이다. 알짜배기로 꼽히는 예산결산특별위에서는 임기 6개월짜리 위원장도 나왔다. 상임위원장을 지망하는 다선 의원들을 챙기려고 이처럼 임기를 쪼개는 행태를 두고 ‘감투 나눠 먹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상임위 7곳의 위원장직을 배분했다. 법제사법위와 환경노동위를 제외한 5곳의 상임위는 ‘위원장을 하려는 의원이 많다’는 이유로 임기를 쪼갰다.
보건복지위는 이명수 김세연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홍일표 이종구 의원이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예결특위는 내년 초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안상수 의원이 6개월을 한 뒤 황영철 의원이 잔여 임기를 채운다. 외교통일위도 강석호 의원이 6개월을 하고 윤상현 의원이 나머지 기간을 맡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기가 낮은 여성가족위를 행정안전위와 묶어서 전혜숙 인재근 두 의원이 번갈아 1년씩 자리를 맞바꿔 일하도록 했다. 기획재정위는 정성호 이춘석 의원이 돌아가며 맡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3선 이상 의원들에게 한 자리씩 주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상임위원장은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회의 주관, 의사일정 결정 등을 통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지역 현안과 예산을 챙기기에도 유리하다. 월 600만 원의 특수활동비가 나오고 언론의 조명도 집중된다. 이 때문에 매번 원 구성 때마다 상임위원장을 하려는 다선 의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임기 쪼개기는 상임위원장의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한 국회법에 어긋난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직 7곳이 쪼개기 대상이 됐을 때도 편법 논란이 제기됐다. 한 재선의원은 “상임위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생각하면 한 사람이 2년간 상임위원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력과 전문성보다는 선수(選數)를 우선적 기준으로 상임위원장을 배치하는 관행도 문제로 거론된다.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자신이 일해본 적이 없는 상임위 위원장을 맡은 사람은 인재근(행안위) 김학용(환노) 이찬열(교육) 등 6명이나 된다.
한편 민주당은 상임위 배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고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태세를 갖추는 데 신경을 썼다. 규제개혁에서 핵심인 정무위 위원장엔 당내 대표적 정책통인 민병두 의원을 배치했다. 간사는 은산분리(대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것) 완화를 주장해온 정재호 의원에게 맡겼다. 조세제도 등 경제개혁에서 비중이 큰 기재위 간사로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정우 의원을 배치했다.
반면 한국당은 경선을 통해 3선의 여상규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법사위에는 위원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주광덕 의원을 비롯해 정갑윤 김도읍 이은재 이완영 장제원 의원을 배치해 여당과 일전을 치를 태세를 갖췄다. 한국당은 정부 여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검찰 개혁 등 사법분야 개혁 법안과 규제혁신 5법 등을 결사 저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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