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의 혁신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나라당(현 한국당) 의원 출신인 안형환 통합정책연구원 원장은 김 교수에게 있어 이날 하루는 ‘정점이자 하락의 시작’일 거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과 안 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한국당이 비대위원장에 김 교수를 내정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김 교수가 2006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임명됐으나 당시 한나라당에서 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취임 13일 만에 낙마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잊혀지는 줄 알았는데 오늘 드디어 대한민국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등극하는 자리가 됐다. 오늘은 정치적 주목과 세간의 관심을 다 끄는 인생 상한가를 치는 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하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지금 (한국당에)들어가면 이른바 ‘친박(친박근혜)’라 불리는 오래된 분들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 그분들 전투력이 최근까지 만만치 않다”며 “국회 경험이, 정치 경험이 사실상 없는 학자풍의 김병준 교수가 해낼 수 있을까라고 하는 우려가 사실 든다”고 말했다.
이에 안 원장도 “정점이자 하락의 시작이다. 굉장한 어려움의 시작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동조했다.
안 원장은 “정당을 혁신하기가 쉽지 않다. 정당은 회사 조직과 다르다.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서 모인 사람들”이라며 “한국당이 혁신하려면 구성원들에게 혁신 의지가 있어야 되는데 지금 한국당 의원들 만나보면 당 혁신보다는 내년 선거에서 내가 되는 게 더 관심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은) 이런 식의 사고를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은 어렵지만 내년에 경제가 더 안 좋아지고, 최저임금 이런 후폭풍이 거세게 일어나면 현 정권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이므로 지금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너무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는, 여권은 무서운 무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검찰 권력도 가지고 있고 이번에 기무사 문건 파동에서 보듯 여러 가지로 여론을 끌고 갈 수 있는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런 걸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경제 때문에 결국 우리한테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무모한 희망으로 지금 버틴다는 건 혁신 의지와 위기의식이 없는 것”이라며 “한국당 의원들 상당수가 상임위에서 내가 어디 배정 받았을 까가 어제까지 최고의 관심사였을 거다. 이런 정당에서 무슨 혁신을 실천할 수가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안 원장은 “김 교수의 경우는 비대위원장 임기, 역할에 대한 정리가 전혀 안 된 상태다. 비대위 체제를 총선까지 할 수가 없다”며 “그렇다면 결국 새로운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로운 후임자를 구할 수밖에 없는 거고, 전당대회 전까지 혁신안을 만들어온다는데 그 혁신안을 새로운 당대표가 어떻게 바꿀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의원도 “진짜로 개혁을 하기에는 다급함이 있어야 하는데 내년 총선이 1년 9개월이나 남은 거다. 어떤 사람한테는 1년 9개월밖에 안 남았겠지만”이라며 “그러니 급할 게 없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박 의원은 김 교수에게 공천권이 있다면 ‘생사여탈권’을 다 쥔 것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김 교수가 당의 혁신을 이끌기는 힘들 거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의원 개개인들은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전체 일이니까 나는 아닌 거다. 숲 전체가 욕을 먹는다고 해도 숲 속에 숨어 있는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숲이 고사되고 병 걸리는 건 모르고”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김 교수의 경우 받쳐주는 사람이 없다. 구성원들이 의기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마 혁신안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 혁신안의 내용을 놓고 굉장히 갈등, 집안싸움이 많이 벌어지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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