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박이 러시아에서 北석탄 환적… 북중러 민간회사 ‘제재 콧방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한국유입 北석탄, 中회사가 수송
北中경협 근거지 다롄, 제재 느슨… 중남미-아프리카 선적 사들여
문제 돼도 “그쪽에 따져라” 발뺌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지목돼온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운반한 선박의 운영 회사 사무실 소재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여전히 제재가 가장 느슨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중국이 해상을 통한 북한산 석탄, 석유 거래에 연루돼 제재 위반 여부를 다투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에서 환적한 뒤 들여왔다가 이번에 우리 당국에 적발된 파나마 선적 ‘스카이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글로리’호를 소유한 회사는 모두 중국 다롄에 사무실이 있다.

다롄은 북-중 경협지역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북한 선박에 유류를 건넨 혐의로 지난해 12월 평택·당진항에 억류된 파나마 유조선 ‘코티’호의 선사도 다롄이 소재지였다.

중국 회사인 이들 선사가 보유한 선박이 왜 중남미나 아프리카 선적일까. 해당 국가에서 국기를 사서 바꿔 달면 세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규제를 적게 받고 선원 고용 및 조업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제도 때문이다. 편의치적은 일반적인 해운업계 관행이어서 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처럼 공해상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선박에 대한 관할과 통제 책임은 선박이 달고 있는 깃발, 즉 기국(旗國)에 있다는 원칙 때문에 제재가 어려워진다. 가령 이번 북한산 석탄 수출 책임을 중국 선사에 추궁하면 “파나마 배니 파나마에 따져라. 우리는 모른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관세청은 9개월째 북한산 석탄의 수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조사는 수입업체 관계자들의 엇갈린 진술과 선사의 비협조로 조사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당국에 따르면 그 사이 스카이에인절호와 리치글로리호는 올 1월부터 6월 말까지 6개월 동안 각각 15차례, 7차례나 인천 군산 평택 부산 등 국내에 수시로 입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석탄의 해상밀수에 관여한 선박들을 나포하거나 검색 또는 억류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선박들은 자유롭게 항행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문제가 된 배들은) 우범선박 목록에 올라 있어 집중 검색을 받는다. 하지만 아직 지난해 10월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혐의가 명확하지 않고 이후로는 추가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이우연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졸업
#북한#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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