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기무사 정면충돌]국방부, 간담회 참석자 서명받아
민병삼 “거짓서명 할수없어 거부… 차관 등 고위직 빼놓은 것도 의심”
국방부 “오해소지 있어 중단한 것뿐”
수요간담회서 민병삼 만난 송영무 국방… “진실은 밝혀질 것” 말 아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송영무 장관 집무실. 국방부 주요 직위자 10여 명이 모인 장관 주재 간담회장엔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검토) 문건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과 송 장관이 초유의 진실공방 하루 만에 이 자리에서 맞닥뜨린 것. 민 대령은 매주 월·수요일 열리는 이 간담회에 참석하는 참모 중 한 명이다. 간담회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송 장관은 자신에게서 3m가량 떨어져 앉은 민 대령을 질타하지 않았다. 다만 송 장관은 관련 기사 모음을 보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송 국방 vs 기무사 연이틀 진실공방
그러나 이 자리 밖에선 치열한 진실공방이 계속됐다. 송 장관 등 국방부 측과 민 대령 등 기무사 측은 9일 간담회에서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는지 발언의 진위를 두고 전날보다 더 팽팽하게 맞섰다.
민 대령이 간담회 내용을 복기해 기무사에 보고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문건(4쪽)에는 송 장관 발언으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님. 법조계에 문의하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간담회장에선 노트북은 안 되고 수기 메모만 가능하다”며 “민 대령이 자신의 메모 내용과 개인적 해석을 더해 발언을 왜곡해 기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9일은 위수령 폐지 절차가 진행 중일 때인데 송 장관이 위수령을 언급한다는 건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게 국방부 주장이다. 하지만 민 대령은 이날 동아일보에 “9일은 기무사 계엄 문건이 문제가 되고 있을 때였던 만큼 송 장관이 말한 ‘위수령’은 ‘계엄령’을 지칭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 “고위직 빼고 서명받은 경위 밝혀야”
KBS가 송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12일 보도하자 국방부가 ‘사실관계확인서’를 받은 것을 두고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을 담은 사실관계확인서를 들고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10명이 서명했지만 민 대령은 “거짓말에 서명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민 대령은 “간담회 참석자 14명 중 차관, 합참 차장(육군 중장),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예비역 육군 중장)을 제외한 11명에게만 서명을 받으려 했는데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이들은 고위직이니 서명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애초에 뺀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민 대령의 서명 거부에 따라 사실관계확인서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서명을 중단하고 확인서를 폐기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 5분? 20분? 보고시간 미스터리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계엄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한 3월 16일 정확한 보고시간을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은 더 격화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이 사령관은 오전 10시 38분 장관실에 들어와 대기하며 보좌관실 실무자들과 인사했다. 송 장관은 오전 11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국방과학연구소(ADD) 이사회에 참석하고자 5분 전에 국방부 중회의실에 도착했다. 송 장관 측은 “이 사령관 도착 및 대기시간, 장관이 떠난 시간을 감안하면 보고시간은 5분을 넘길 수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이 사령관은 “대기 없이 들어가 문건의 위중함을 인식하게끔 20분가량 보고한 것이 확실하다”고 재차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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