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5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본선 후보 3명이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의원(가나다순)으로 결정됐다. 김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초·재선 의원들의 지지를 배경으로 컷오프를 통과했고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해찬 의원도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본선에 안착했다. 2년 전 컷오프에서 1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탈락했던 송영길 의원은 호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탈락하지 않게 해달라”는 호소가 먹혀들면서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송 의원이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 대표 후보 3명이 모두 친문 성향으로 채워진 것이다.
○ 송영길, 예상 깨고 ‘돌풍’
이날 예비경선에서는 총 선거인단 440명 중 405명이 투표에 참여해 후보 8명 가운데 본선에 나갈 3명을 골랐다. 당 규정에 따라 후보별 득표수와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송 의원이 당초 “3등 이내에만 들어도 다행”이라던 예상을 깨고 예비경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의원이 이처럼 돌풍을 일으킨 데는 ‘가장 강력한 표는 동정표’라며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중앙위원들을 만나 고개를 숙이고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도 호남권을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같은 당 후보들의 유세를 도운 일이 큰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출마 선언은 박범계 의원이 제일 먼저 했지만 사실상 선거운동을 가장 오래한 사람은 송 의원”이라고 했다.
유세 기간 동안 “지난해 대선 때 캠프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건강을 챙기라’며 공진단을 주셨다”며 친문 표심에 호소한 점도 먹힌 것으로 보인다.
장고 끝에 예비경선 6일 전에야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의원도 순조롭게 본선에 안착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친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당 주변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이 의원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유세 기간 동안 이 의원은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과 함께 따라다니는 강성 이미지를 떼 내려는 노력도 했다. 이날 투표 직전 연설에서도 ‘딱 한 표만 주십쇼’라며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
친문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온 김진표 의원도 컷오프를 통과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측근 ‘3철(양정철 이호철 전해철)’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전해철 의원의 지지를 받은 게 컷오프 통과에 큰 힘이 됐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의원이 “2020년 총선은 ‘경제 총선’이다. 경제를 살려야 당과 정권이 산다”고 호소한 것도 공감을 얻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2015년과 2016년 각각 당 대표 선거 본선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이인영 이종걸 의원은 이번에는 컷오프에 걸리며 체면을 구겼다. 이종걸 의원은 탈락 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제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 결국 친문 표심이 본선 최대 변수
다음 달 전대에서 치러지는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첫 번째 관심사는 송 의원의 ‘바람’이 이어질지다. 이해찬 김진표 의원의 지지층인 친노, 친문이 상당 부분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서로의 표를 갉아먹을 경우 송 의원이 ‘어부지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 한 관계자는 “송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한 배경 중 하나도 친문 표가 나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의 지지층은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운동권 출신)’과 중도 비문 성향의 기초단체장, 원외단체장 등이 주류여서 나머지 두 후보와 덜 겹치는 편이라고 한다. 유일한 호남 출신이고 인천시장을 지낸 경력이 해당 지역에서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본선에선 아무래도 이 의원이 유리할 거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당 관계자는 “이 의원은 연조가 높아서 감히 ‘친문’이라고 부르지 않을 뿐, 실제로는 원조 친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반 당원들에게서 많은 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가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경제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점은 김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지내며 행정 조정 능력을 보여줬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최종 후보 3명이 모두 친문 내지 범친문 인사로 꾸려져 향후 당청 관계가 지금까지보다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청와대와 호흡이 좋아지면 향후 정국에서 당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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