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이 편하시죠” 한글연설문 건넨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北수행원, 한국 기자들 따로 불러… “리용호 동지 연설 잘 보도해달라”

“아무래도 조선말이 더 편하시죠?”

4일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북한대표단에 소속된 수행원 강명철이 7장짜리 한글(한국어) 연설문을 배포하면서 한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참가국 27번째 중 15번째로 발언한 리 외무상 연설 후 미디어센터를 찾은 그는 일본 등 다른 외신 기자들이 접근하자 “한국 기자들을 불러달라”고 부탁한 뒤 이같이 말했다.

강 수행원은 “아무나 주면 안 되는데”라며 취재기자들의 비표를 일일이 보며 한국 국적임을 확인한 뒤 “우리 (외무상) 동지가 발표한 성명이니 입장을 잘 좀 보도해 주시라”고 말했다. 그동안 어떤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던 북한 대표단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필요할 때 한국 기자를 불러 모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한글본이 동나자 두툼한 종이 뭉치 속에 준비해온 영문본을 외신기자들에게 뿌려 연설문을 둘러싸고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인 ARF는 이렇게 해마다 북한 대표단의 동선과 그들을 쫓는 국내외 취재진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날 오후도 올해 북측 대표단 대변인 격인 정성일 외무성 연구원이 앞서 강 수행원이 나눠준 동일한 연설문을 들고 호텔 로비에서 기자들을 맞았다. 그는 북한의 양자회담 일정을 밝힌 뒤 남북 회담, 북-미 회담 무산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제가 오늘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게 다입니다”라며 돌아섰다.

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조선말#한글연설문#리용호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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