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운 올해 여름,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표하는 말은 ‘옥탑방’이다. 서민 삶을 현장에서 느끼고 강남과 강북의 격차를 줄일 방안을 찾겠다며 박 시장은 지난달 22일부터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지내고 있다. 그 옥탑방에서 1일 채널A와 공동으로 박 시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1일은 서울 기온이 39.6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 치운 날이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모인 박 시장과 부인 강난희 씨, 서울시 관계자, 채널A 촬영팀 등 10여 명 중 박 시장은 더위에 가장 강한 듯했다. 다들 땀을 비 오듯 쏟아냈지만 박 시장 얼굴에는 땀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곳에서 열흘 정도 지내다 보니 적응이 많이 됐다”며 웃었다.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보여주기 쇼’라는 비난이 여전하다. 박 시장은 “보여주기 행정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직접 한 달 살아보면 깨닫는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탑방살이 같은 현장 행정을 앞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옥탑방에 머무는 동안 만났던 주민 중에 기억나는 사람은….
“골목길을 몇 번만 돌아도 두세 번 마주치는 사람이 꽤 많다. 솔샘재래시장에 세 번 갔는데 거기 정육점에 딸이 둘 있다. 부모가 큰딸에게 나랑 사진 좀 찍고 하라고 해도 처음에는 퉁명스러웠다. 들어보니 이 딸이 취업준비생인데 예전에 카페를 운영했다가 실패를 했던 모양이다. 내가 여러 조언을 해줬다. 우선 실패는 더 많은 걸 배우게 하니까 절대 좌절하지 말라, 그리고 서울시의 여러 현장을 다녀봐라, 1년 정도는 취업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여기저기 다녀보라고 했다. 주민들과 이렇게 엮여가는 게 너무 행복하다.”
―한 달간의 옥탑방살이가 끝날 때 균형 발전을 위한 해법을 내놓겠다고 했다.
“여기에서 발견을 한 게 우리가 알던 구멍가게, 철물점, 전파상, 양장점 등이 모두 사라졌다는 거다. 마을 경제가 다 죽었다. 현재 이 지역(미아동 소나무협동마을)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위해 61억 원이 쓰이고 있다. 길 단장하고 집수리하고 이런 건데, 이걸 동네 사람들이 기술을 배워 직접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을기업을 만들게 하고 거기에 돈을 주자는 거다. 지금까지 작은 마을은 시가 하는 사업의 대상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사업의 주체로 나서게 하자는 것이다. 그걸 수행할 만한 청년그룹 등 여러 조직과 기관도 있더라. 그런 희망의 싹들을 잘 찾아서 연결해 하자는 것으로 조만간 공식 정책 발표에 포함될 것이다.”
―최근 서울부동산 시장 과열과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는 여의도·용산 개발에 대한 입장은….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은 ‘도시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 속에 종합적인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용산과 여의도는 새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과거와 같은 난개발, 속도와 편의만을 앞세운 근시안적 도시계획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시간을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정교하게 설계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와의 협력은 물론 필수적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철학을 공유하며 빈틈없는 팀워크를 보여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카드 수수료 0’을 내세운 서울페이가 성공할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페이는 소득공제율 40%로 신용카드, 체크카드에 비해 공제율이 월등히 높다는 게 큰 장점이다. 여기에 교통카드 등 여러 기능을 탑재하면 시민들에게 확실한 이득이 될 거다. 단시간에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다. 자영업자들이 전국에 300만 명이다. 가족까지 치면 600만 명이 넘을 텐데 이들이 쓰면서 주변을 설득하지 않겠나.”
―서울-평양 간 교류에 대해 여러 번 의지를 밝혔는데….
“경평축구는 올해 광복절에 추진하려고 했지만 어려워졌다. 조급한 마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순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북측과의 상시협의 채널이 마련되면 서울시도 중앙 정부와 협력해 북측과 논의를 본격화해 나갈 계획이다. 단기 과제로 경평축구, 100회 전국체육대회 공동개최 같은 비정치적 문화·스포츠 사업으로 물꼬를 트고, 중장기 과제로 역사학술 교류, 대동강 수질 및 상하수도 교류 등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분야로 교류의 보폭을 넓혀간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치적 발언이 늘어난 것 같다. 대선에 대한 입장은….
“서울시장은 행정가이자 정치인이다. 시민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그 뜻을 전달하기 위해 할 말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내 발언이 늘어났다기보다 내가 목소리를 내야 할 상황이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선은 너무 이른 질문이다. 아직 서울시장 당선증 잉크도 안 말랐다. 지금은 시민의 선택에 부응하고 답해야 하는 시기다. 과거에도 인생의 한 단계에서 열심히 하니까 그 다음이 주어지더라. 현재는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는 13일 오전 8시 시작하는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 프로그램의 ‘시도지사 릴레이 인터뷰 디 오프닝(The Opening)’ 코너에서도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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