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두 달이 넘도록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이 13일 열린다. 정부는 북한과 물밑 조율을 통해 ‘평양 정상회담’으로 의견을 좁혔고, 고위급 회담에서 ‘8월 말 9월 초’의 세부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9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유엔총회에 함께 가는 방안까지 논의하려고 한다.
○ 11년 만에 평양행 열리나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 및 장소, 방북단 규모 등에 대해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며 (남북 간) 여러 채널을 통해 회담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9일 북측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지만 그 전후 남북이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라인 등을 가동해 회담 일정에 대해 상당 부분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합의한 ‘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당겨 ‘연내 종전선언’을 촉진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9·9절 전후, 늦어도 9월 중하순 유엔총회 전에는 정상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평양 회담에 무게를 두고 북측과 이미 장소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국빈 대접’을 받는 모양새가 서로 이상하고, 평양에서 열병식을 한참 준비하는 상황에서 평양행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논의 끝에 평양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 간의 신뢰, 그리고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판문점 혹은 원산 개최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한 것(평양 회담)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장소를 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세부 일정에 대해선 아직 합의를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만나자고 요구했지만 북측이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시기는 13일 만나봐야 한다”고 했다.
○ 비핵화 등 정상 간 합의문도 논의할 듯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정상회담 일정뿐만 아니라 정상이 만나 합의할 비핵화나 종전선언 회담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위급 회담에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참여한 것에 대해 “비핵화 문제, 남북 정상회담 문제, 4·27 합의 내용에 대해서 가장 적임자”라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북한은 고위급 회담에서 철도 문제 등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자고 압박할 듯하다. 대표단 5명 중 김윤혁 철도성 부상(철도),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도로),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개성공단) 등 경제인사가 3명이다.
이에 정부는 조속한 종전선언 추진으로 대화 방향을 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치에 별 성과가 없는 데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건까지 터진 상황에서 남북만의 경협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변인은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미국 쪽과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해 나가고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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