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둘째 날인 21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현장에서는 북측 보장성원(진행요원)과 남측 취재진 간에 때 아닌 ‘정세 토론’이 벌어졌다. 북측 관계자들이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물었기 때문이다.
한 보장성원은 “흩어진 친척이 상봉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남측 취재진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긴 하겠지만 상봉 때문에 지지율이 갑자기 확 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더니 “뭘 해야 지지율이 뛰냐”고 되묻기도 했다.
북-미 관계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다른 보장성원은 “(북-미가) 계단식으로 조금씩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는 것처럼 그런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나라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3년 만에 상봉이 이뤄진 금강산에서 취재진이 확인한 일부 물가는 평양보다 비싼 듯했다. 맥주 한 잔은 5달러(약 5600원)이고, 김정은이 즐겨 피운다는 ‘7.27’ 담배는 한 보루에 70달러(약 7만8000원)나 했다. 한 북측 인사는 “금강산까지 물건 갖고 오는 비용 때문에 (평양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이 언제쯤 재개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은 이날 오전 객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하며 오붓하게 3시간을 보냈다. 이번 21차 상봉까지 가족끼리 개별 식사는 처음이다. 이어 가족들은 오후 3시부터 전체 상봉을 가졌다. 한신자 씨(99)는 건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가 상봉 시간 마감을 5분 남긴 오후 4시 55분경에야 나타나 북측의 두 딸을 만났다. 잠시 뒤 상봉 종료 방송이 나온 뒤에도 딸들의 손을 꼭 잡고 있던 한 씨는 결국 남쪽 자녀들이 “내일 또 만나실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나서야 잡은 손을 놓았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작별 상봉 및 점심을 갖는다. 남측의 시간 연장 제안을 북측이 수용해 당초보다 1시간 늘었다. 이에 이번 상봉 가족들은 사흘 동안 6차례에 걸쳐 12시간을 만난 뒤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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