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경수, 드루킹과 8840만건 댓글 여론조작 공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60일 수사 결과 발표… 12명 기소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 측이 개발한 댓글 조작 자동화프로그램인 ‘킹크랩’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허락을 받고 조기 대통령선거를 위해 쓴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공소장에 김 지사를 김 씨와의 댓글 여론조작의 공범으로 명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6년 11월 9일 김 씨는 김 지사에게 시연회를 통해 킹크랩 초기 모델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로부터 개발 허락을 받은 김 씨는 같은 해 12월 완성형을 확보했고,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팀까지 따로 운영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김 씨 등은 2016년 12월 4일부터 올해 3월 21일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의 총 8만1623개의 기사뉴스 중 댓글 141만643건을 대상으로 9971만1788건의 ‘공감·비공감’ 또는 ‘찬성·반대’ 클릭을 조작했다. 1억 건 가까운 클릭 조작 건수 중 8840만여 건은 김 지사와 공모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킹크랩 개발자였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인 ‘트렐로’ 강모 씨(47)의 노트북 PC 등을 특검팀이 분석한 결과다.

김 지사와 김 씨가 같은 기간 11차례에 걸쳐 만났고, 보안메신저 ‘시그널’과 ‘텔레그램’을 통해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은 점 등도 공모관계가 성립되는 이유라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이익제공금지 혐의도 위반했다고 봤다. 김 지사가 김 씨에게 올 6월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대가로 지난해 12월부터 2차례에 걸쳐 ‘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61)에게 센다이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올해 1월 2일 김 지사가 ‘시그널’을 이용해 김 씨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으며, 당시 통화 내용 중 “인사 추천은 했을 수 있다”는 김 지사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지사 변호인단은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이 없고, 드루킹과 범죄를 공모한 일도, 범행에 가담한 일도 없다. 재판 과정을 통해 무고함을 밝혀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60일간의 수사기간 동안 PC와 휴대전화 등 265개의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정보분석) 등을 거쳐 총 12명을 기소했다. A4용지 총 37쪽 분량의 수사결과 보고서는 허 특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경공모’ 회원 윤모 변호사를 상대로 아리랑TV 비상임 이사직을 제안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첫 의혹 제기 때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김 지사 등의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가 맡는다.

특검팀은 2010년 8월부터 약 7년간 시그너스골프장에서 2억8000만 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송인배 대통령정무비서관, 사건 은폐 시도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던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 관련 기록을 검찰에 넘겼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
#드루킹 특검#허익범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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