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경,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로부터 정식 방북 초청장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동행에 부정적인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반경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돌발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여야 인사 방북 초청을 대외에 공개했다. 국회와 충분한 사전 조율은 없었다.
여야 인사와 함께 방북해 협치는 물론 향후 북한 관련 논의의 국회 협조를 구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청와대의 시도는 곧 좌절됐다. 문희상 국회의장 등 의장단은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동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의 불참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루 동안의 ‘핑퐁 게임’은 앞으로 펼쳐질 남북 대화 정국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와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청와대와, “확실한 비핵화 조치도 없이 들러리를 서라는 것이냐”는 보수 야당 간의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 “평양 함께 가자” 압박 나선 靑
임 실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문 의장, 여야 5당 대표 등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일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우리 정치 현실에서 얼마간의 정책 부담도 분명히 있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남북 간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특히 비핵화 문제도 매우 중대한 시점에 있는 이 순간에 대승적으로 동행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회 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초청한 건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기 전부터 ‘이번에는 국회, 특히 야당 인사들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야당 인사들도 직접 가서 북측 인사들과 만나고 논의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 野 “초청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
보수 야당은 당장 반발했다. 한국당 소속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나 국회의장실을 통해 사전에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결례를 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문 의장 등 국회 의장단도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9명 중 일부만 동행하는 모양새를 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수 야당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청와대의 압박에 대응할 명분 마련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실질적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약속을 해오길 바란다.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회의 방북 동행이 불발 위기에 처했지만 “계속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은 물론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남북 합의를 명문화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보수 야당은 “진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인지 철저히 파고들겠다”고 벼르고 있어 전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방북단 규모를 북측과 200명 규모로 합의했다. 방북단 구성은 우리 측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0년, 2007년 정상회담보다 다소 줄어든 규모다. 청와대는 경제 사절단 등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또 의전, 경호, 보도 분야 논의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은 12일부터 판문점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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