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19일 밝혔다.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란 전제가 붙었지만 4·27판문점선언에서 구체화하지 않았던 상징적인 남북 경협사업들을 명시한 것이다. 두 정상은 또 연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했다.
○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경협 우선 과제’로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경협은 두 번째 합의 사항으로 적시돼 있다. 판문점선언에선 남북관계 개선 관련 여섯 번째 합의로 등장했던 사안이 네 단계나 뛰어올랐다. 남북 정상 간 경협의 필요성과 이행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언급 자체가 금기시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가 공동성명에 적시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여건만 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겠다고도 명문화했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전면 중단됐고,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문을 닫았지만 향후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듯하다. 개성공단을 축으로 한 서해경제특구와 금강산∼원산으로 이어지는 동해관광특구 후속 논의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구상을 뒷받침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는 북한이 가장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경협 분야다. 리룡남 내각부총리는 18일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에게 “북남관계에서 철도 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은 전염성 질병 유입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환경 협력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 美의 ‘경협 경계심’ 높아지나
문제는 남북 간 합의만으론 남북 경협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남아있는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정상화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수시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앞서 나갈 수 없고 둘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이날 언급한 비핵화 조치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이행 기미가 없다고 판단하면 남북 경협에 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
남북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선언에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란 단서를 붙였다. 현재로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한 경협 사업에 필수적인 대북제재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금강산관광 사업과 개성공단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이미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석유 공급이 제재 위반인지를 두고 정부가 미측과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개소가 늦춰진 전례가 있다.
야당도 이 점을 파고들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도 받지 않고 납세자인 국민의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연내에 하기로 못 박은 것은 초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철도 및 도로 연결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은 현실적으로 비핵화 진전과 대북제재의 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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