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진선미 후보자 청문회서 ‘동성애’ 공방

  • 뉴스1
  • 입력 2018년 9월 20일 11시 44분


진선미 “성소수자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선 안 돼”
野 “동성애자는 아니냐”…與 “차별적 발언 역사에 남겨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News1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News1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가 동성애 및 동성혼 등에 관한 진 후보자의 인식, 동성애와 에이즈(AIDS) 발병 간의 연관성 논란 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관한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진 후보자는 ‘동성애 찬성’을 묻는 김순례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변호사 활동을 하며) 의뢰인으로 만난 수많은 사람, 성소수자도 나와 같은 사람이며 성소수자라는 것만으로 차별 받으면 안 된다는 인권적인 관점에서 함께해 왔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진 후보자가 기독교 교인이라는 점을 언급, ‘성경 교리와 동성애가 배치된다’고 지적했고 이에 진 후보자는 “수많은 국가에서도 국민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미국에서도 얼마 전 동성혼 (제도가) 통과됐다”고 답변을 갈음했다.

진 후보자는 “호주제 (폐지운동을) 10년간 하면서 가족제도는 한 번도 멈춰섰던 적이 없다”며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간 차별을 받게 하고 억압기제로 작용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 구성원의 합의가 모아지면 제도 또한 변화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송옥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진 후보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과 차별로 인해 고민하던 성소수자 의뢰인을 만난 일화를 언급하면서 격앙된 어조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진 후보자는 “모태신앙을 가졌던 아이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과 (본인이) 다른 것을 느끼고 10년이 지나도 자신이 바뀌지 않는 모습 속에서 삶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손에 그어진 자국을, 그 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정책에서도 자살, 자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끊임없이 말하지 않나. 그 아이들을 그렇게 외면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비판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서 “2016년 총선 당시 저와 진 후보자 등 몇몇 후보 대상으로 성적 소수자 지지자라는 이유로 새누리당은 당의 전력을 쏟아서 동성애자 지지 후보 사퇴 촉구까지 했다”며 “(한국당은) 지속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질의와 발언을 계속하고 있고, 이를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표 의원은 “한국당 내부에서 당 전체가 (성소수자를) 차별하자고 의결한 건지, 의원들의 개별 인식이 자유롭게 발휘되는지 정리해야 한다”며 “진 후보자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소수자의 구호 활동을 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고 대한민국의 시대정신 등에도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의 정춘숙 의원은 “동성애 문제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냐”고 물은 뒤 진 후보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후보자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문제로 차별을 불러일으켜서 인권이 침해되는 데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지적과 진 후보자의 입장 표명에도 한국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동성애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윤종필 한국당 의원은 진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도록 하는 군 형법 92조의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군은 상명하복 조직인데 병사들 사이에 상급자에 의해 하급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할 경우 하급자가 이를 (상호 합의가 아니었다고) 부정하기가 쉽겠냐”고 물었다.

또 “상하급자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병사들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봤느냐”며 군 형법 조항 폐지에 대한 후보자의 소신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군 형법은 성폭력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게 강제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군형법 92조의 6항)이 조항이 있어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같이 처벌받으니까 절대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협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인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문제 의식은 한번씩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당의 이종명 의원은 과거 진 후보자가 변호사로 재직하던 시절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2002년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과 ‘동성애 왜곡’ 국정교과서 수정 신청에 참여했던 점, 2013년 제15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참여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동성애자는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그 질문은 조금 위험한 발언이다”며 “질문 자체가 차별성을 담는 질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답변을 회피하시면 (안 된다)”이라고 하자 “회피가 아니라 의원님이 거기에 대해 좀더 고민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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