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 낮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을 마친 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한완상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백두산 천지 물맛이 기가 막혔다"라고 밝혔다.
20회 넘게 방북 경험이 있는 한 전 부총리는 21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내가 두 번째로 (천지) 물을 먹어 보는데 아주 맛이 좋다"라며 물을 그냥 떠서 먹을 정도로 깨끗했다고 말했다.
이날 쾌청했던 날씨에 대해서도 "하늘에서 특별히 축복을 내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전 부총리는 "제가 중국 쪽에서 세 번, 북한 쪽에서 세 번 정도 (백두산) 정상에 올라갔는데 한 번도 어저께 같은 날씨가 없었다.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했다.
백두산 천지에 대해선 과거와 확실히 변했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꼭대기에 아주 땅도 잘 다지고, 장군봉을 잘 정리했다"라고 했다. 또 "삼지연도 보니까 연못가에 새로 식당도 했다. 관광 때문에 한 거다. 또 삼지연 비행장도 형편없었는데 깨끗하게 돼 있더라. 순안비행장도 우리의 비행장과 마찬가지로 규모는 훨씬 작지만 잘 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첫째 소탈하고 정직하고 거짓말 안 하고. 사진을 찍는데 누가 찍어주려고 하니까 내가 찍어줄게 이렇게 나올 정도로 소탈하고 굉장히 열려 있다"라고 평가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김 위원장과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라는 질문에 한 전 부총리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이야기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어느 동맹국과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라는 취임사를 했는데 그 꿈같은 말씀이 이제 오늘 두 정상의 합의로 이뤄지는 걸 보니까 내가 기쁘다. 그걸 기억하냐고 물으니까 좋아하더라. 또 옆에 있는 리설주 여사도 굉장히 표정이 밝더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자유로워진 평양 시민들의 반응도 인상깊었다고 밝혔다. 한 전 부총리는 "옛날에 평양 거리에 가면 이념적, 투쟁적, 정치적, 군사적 이런 게 많았었는데 거의 싹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평양 거리의 주민들도 좀 자유로워진 것 같다. 시민들의 표정이 편해 보였다"라고 했다.
또 정상회담을 준비한 북측 간부들의 언어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한 전 부총리는 "예를 들어 차를 타고 가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를 안내하는 보장성원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을 하고 언짢게 생각했다. 또 우리 쪽에서도 교양 없는 사람들이 막 그 사람들 속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화했다"라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정상회담 기간 동안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집단 체조 예술 공연'을 꼽았다. 한 전 부총리는 "거기에서 카드섹션도 나온다. 옛날 같으면 대포 쏘고 전차가 가고 전투장면이 나오는데 싹 사라졌다. '미래를 향해 달려가자', '과학 강국을 만들자'라는 표현이 나오더라. 이제 북한이 정상적인 선진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 전 부총리는 추후 이뤄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잘 될 거라고 전망 정도가 아니다"라며 "북한은 총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총체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이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