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 쉬운 ‘워커힐’ 숙소 0순위… 카퍼레이드-대중연설 힘들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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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미리 본 김정은 서울 방문기
이르면 11월 말 방문… 경호 최우선


북한 최고 지도자의 첫 서울 나들이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찾겠다”고 약속했기 때문. 이르면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인 11월 하순에 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비롯한 각 부처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결산하는 한편 ‘서울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김정은의 방한 일정과 관련해서 정부가 밝힌 것은 없다. 그러나 서울 방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행에 대한 답방 성격인 것을 감안하면 그에 준해 일정이 짜일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미 올해 안에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진 양 정상이 그간 다양한 스토리와 장면을 만들어낸 만큼 김정은의 ‘서울 방문’도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우리 실정에 맞게끔 준비될 가능성이 크다.

○ 만찬은 靑 영빈관, 오찬은 서울 도심 ‘평양냉면집’

문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에선 남북 경호원들의 모습이 좀처럼 사진이나 방송 화면에 잡히질 않았다. 철저한 통제 국가인 북한에선 최고 지도자의 신변 경호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 하지만 서울은 주민의 이동 제한이 없는, 자유분방한 예측 불허의 도시다. 각종 시위도 빈번히 열린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때 방남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시위대에 막혀 통일대교를 건너지 못해 우회로를 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했을 때도 세종대로에 차벽이 설치됐고, 진보와 보수 시위대가 나눠 격렬한 시위를 펼쳤다.

이를 감안하면 김정은의 서울 일정은 1차적으로 경호 변수를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제공항인 인천공항보다는 군 공항인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김정은의 전용기 ‘참매 1호’가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 내외의 영접, 의장대 사열과 예포 21발 발사 등 앞서 평양 영접 장면이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 통제가 불가능한 만큼 카퍼레이드 가능성은 별로 없다. 숙소도 경호가 용이해 앞서 북측 고위층의 단골 숙소였던 광진구 워커힐호텔이 0순위로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별도의 외빈용 영빈관이 없어서 경호가 용이한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을 물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노동당 본부청사를 정상회담 장소로 공개한 만큼 회담 장소는 청와대 외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김정은은 집무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환담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환영 만찬은 경호와 참석 규모를 고려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 내외 등 일부 인원의 경우 서울 시내에서 오찬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올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먹거리 화제는 단연 평양냉면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엔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집을 찾아 옥류관 냉면과 비교 품평회가 열릴 수도 있다. 수용 규모와 도로 접근성을 감안하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래옥’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실향민이 창업한 냉면집이라 평소에도 가장 원조에 가까운 평양냉면 맛을 낸다는 평을 받아온 곳이다.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이번에 “못 봐서 아쉽다”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냉면 토크’도 나올 수 있다. 이틀 연속 청와대 만찬은 화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김정은이 한강 유람선을 타고 강변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선상 만찬을 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 곳곳을 방문한 것처럼 김정은도 서울 시내를 둘러볼 가능성이 크다. 키워드는 ‘경제 발전’일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증권가를 찾거나 강남 테헤란로를 달릴 수도 있다. 강남을 찾는다면 ‘싱가포르 심야 관광’을 연상시키듯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를 찾을 수 있다.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추진을 밝힌 만큼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잠실주경기장을 찾거나 ‘농구광’ 김정은이 프로농구가 열리는 잠실학생체육관을 들를 수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이 서울 시내를 돌며 남한 주민들과 간헐적으로 접촉할 수는 있겠지만, 경호 문제 때문에 문 대통령이 평양 5.1경기장에서 했던 것처럼 대규모 대중 연설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징성이 큰 국회 연설 또한 야당 반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 남북 정상 ‘백두에서 한라까지’ 재현할까

벌써부터 김정은 서울 방문이 성사되면 친교 행사는 제주 한라산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는 민족 동질성과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 문구인데, 남북 정상이 이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 김정은의 깜짝 제안으로 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를 찾았듯, 문 대통령도 김정은에게 한라산 백록담행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방문 때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 정상은 이미 평양선언을 통해 연내 착공식에 합의했다. 동해선보다는 거리적으로 가까운 파주 지역의 경의선 연결 구간이 우선 거론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여전히 비핵화 이행 조치에 앞서 경협에 속도를 내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양 정상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나란히 참석해 다시 한번 강한 경협 의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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