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개발 의지를 국제사회에 강조하고 나서면서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와 구상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린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행사에서 “북한 측에서도 IMF(국제통화기금)나 세계은행이라든지 여러 국제기구에 가입함으로써 개방적인 개혁으로 나설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경제발전의 토대가 될 인프라 건설을 위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문호를 개방할 의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IMF 가입은 외화보유액, 국민소득, 무역액 등 주요 국가통계를 국제사회에 공개한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는 비핵화 의지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IMF 가입을 위해선 최대주주인 미국의 동의와 테러지원국 해제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미국에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아주 강했다”며 “경제 발전을 위해서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는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몇 차례 전해진 바 있다. 한 국내 언론은 4·27 남북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베트남식 모델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고,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2차 북중정상회담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향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실제로 시장경제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발언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문 대통령이 ‘IMF 가입’이라는 구체적인 언어로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를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의 경제개발 의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북한은 이후 선군절, 정권 수립 기념일 9·9절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대내외에 경제강국 건설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군 장병들에게 경제건설에 힘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개혁·개방으로까지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이 중국·베트남 등과 유사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따르길 원한다는 관측이 많긴 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친선참관단을 보내 중국의 경제시설을 둘러보게 한 것이나 지난 6월 북중·북미 정상회담 때 중국과 싱가포르의 주요 시설들을 직접 참관한 것은 그가 개혁·개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꾸준히 시장 친화적 개혁을 모색해왔으며 정권 차원에서도 경제발전은 위협이 아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할 것이란 진단도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 완화·해제로 경제의 숨통을 트이는 것을 원할 뿐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개혁·개방은 꺼린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강조할 뿐 개혁·개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주와 자력갱생을 강조한다.
한 행사 참석자가 문 대통령에게 “과연 김 위원장이 경제 개방 조치라든가 개혁을 얼마나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은 것도 개혁·개방에 대한 회의론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과 체제 안전을 저울질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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