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주파수 맞추기’에 공들인 文…3박5일 설득의 시간

  • 뉴시스
  • 입력 2018년 9월 27일 04시 36분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끝으로 귀국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순방은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의 시간들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3대 싱크탱크 합동연설 등 대부분의 일정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식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26일(이하 미국 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끝으로 3박5일의 순방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여건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뉴욕 순방은 우선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할 수 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중재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머지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디스 모닝’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시점과 관련해 “일정 등을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10월에도 있을 수 있지만 10월 이후에 개최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주 평양에서 있었던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가 닫혔던 북미 대화의 문을 여는 데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의사를 밝힌 김 위원장이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속임수를 쓰면 미국이 강력한 보복을 할텐데 북한이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소개할 정도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미국 사회에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도 보수적인 매체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잡은 것은 미국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북한의 비핵화 회의론을 돌려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며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자국 내 이해관계에만 결부시키는 미국의 보편적인 계산적 사고 방식을 바꿔보려는 전략적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 이전에 종전선언을 해주는 것은 손해일 뿐이라는 미국 조야(朝野)에 형성된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을 돌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취하고 있는 핵·미사일 실험장을 폐기를 비롯해 약속한 영변의 핵시설과 기존 보유의 핵무기 폐기 등은 불가역적인 조치들인데 반해, 미국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군사훈련 중단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의 체제안정 보장 조치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도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 녹아 있다. 종전선언이라도 최대한 빨리 이뤄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외교협회(CFR)·코리아소사이어티(KS)·아시아소사이어티(AS) 등 미국 내 국제관계 3대 싱크탱크 합동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할 과정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기위한 정치적 선언이므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전체제가 유지된다”며 “주한미군의 주둔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한미동맹이 결정할 문제일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한미동맹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이라고 말했다”며 “자유와 민주주의는 영원할 것이고, 전쟁에서 흘린 피로 맺어진 우리의 동맹은 반드시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우리의 동맹은 위대하다. 그러나 나는 한반도 평화 구축을 통해 우리의 동맹이 더 위대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개선보다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미국 내 정서를 짚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북한의 비핵화가 경제성장의 기회로 연결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참여 가능성도 비전으로 제시했다. 비핵화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뉴욕 순방은 곧 있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도출될 수 있도록 미국 내 사전 여론형성에 집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순방 일정 중에 폭스뉴스와 CFR 연설 등에 치중한 것은 미국 내에서도 ‘집토끼’, ‘산토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여론층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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