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성공적’으로 보낸 北, ‘쌍십절’에 초점 맞추나

  • 뉴스1
  • 입력 2018년 9월 27일 13시 14분


北美 협상 성과 달성해 ‘분위기 띄우기’…‘구체적 조치’ 등 남아
北 매체, 최고지도자 찬양하며 ‘10월의 성과’ 분위기 띄우는 듯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분기점으로 전망됐던 제73차 유엔 총회를 ‘성공적’으로 보내는 모양새다.

지난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이번 유엔 총회에서 북한은 북미 협상과 관련해 당초 목표로 했던 성과를 거의 완벽하게 얻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확답이다.

이번 유엔 총회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참석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중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은 물론 한미 역시 북미 협상의 장기 교착을 풀기 위해 제각기 결정적 한수를 풀어내는 외교전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남북이 전격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상황이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의 구상과 전략이 적중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협상에도 돌파구가 마련됐다. 사실상 북미 비핵화 협상의 1라운드를 매조지할 수 있는 방향성이 잡힐 정도로 상황은 급진전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북한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행보를 보였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따른 것이다. 이번 유엔 총회에서 확인된 북미 간 직접 접촉은 리용호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한 차례 회동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구체적 조치’에 대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보여 줄 가시적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은 내달로 확정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동창리 미사일 시설과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관련한 ‘특정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앞두고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 주기 위해서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 73주년을 맞는 내달 10일(쌍십절)을 전후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적인 외교 성과 과시의 극대화를 위해서다.

특히 북한은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한 구체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단순히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국은 북한보다는 다소 느긋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26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10월에 열릴 수도 있지만 그 후 어느 시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11월 초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길 원할 것이라는 조야의 관측에서 다소 벗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의 ‘조급함’을 이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지키려는 전략이라는 전망과, 북미가 ‘중재자’인 우리 측과 양측의 물밑 협상 채널을 통해 실무 협상 선에서도 ‘공표할만한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대화를 이미 나눈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북한이 설정한 회담의 일정, 혹은 북미 간 온도차는 29일로 예정된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전후로 가늠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 외무상은 이번 연설에서 김 위원장의 권한을 위임받아 그의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메시지에서는 비핵화화 평화에 대한 언급보다는 종전선언 논의에 대한 북한의 전략을 읽어내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선언 등의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아직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 총회가 끝나기 전 북미 양측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진전된 발언이 나올 경우 재개될 비핵화 협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빠르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북한 매체들은 유엔 총회에서의 ‘성과’ 등 일련의 대화 과정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최근 김 위원장의 치적을 선전하는 보도를 내고 있다.

신문은 27일 ‘한없이 숭고한 조국애, 민족애를 지니시고’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올 들어 개선된 남북관계가 김 위원장의 발기에 따른 것이라며 “조선반도 정세는 평온과 안정을 되찾았다”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북미 관계나 비핵화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진 않았으나, 한반도 정세가 “평온과 안정을 찾았다”는 단정적 언급을 통해 향후 진행될 대화에서 ‘돌발 행동’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의 치적을 선전하며 당 창건 기념일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향후 관영매체의 보도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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