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폼페이오 대화채널 ‘오픈’…김영철 원톱 체제 바뀌나

  • 뉴스1
  • 입력 2018년 9월 27일 16시 12분


유엔총회서 만나 비핵화·북미정상회담 첫 논의
北, 비핵화 구체 협상 앞두고 핵 전문가 내세울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2018.9.27/뉴스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2018.9.27/뉴스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미 비핵화 대화의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리 외무상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다. 미 국무부는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리 외무상과의 만남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우리는 다가오는 (북미 정상 간) 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이 공개적으로 북미 비핵화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는 임무도 수행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성김 당시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실무협상을 벌이긴 했지만 고위급 대화에는 김 부위원장이 ‘원톱’으로 나서는 모양새였다.

유엔총회에서 이뤄진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은 한발 뒤로 물러나 외곽지원을 담당하던 리 외무상이 비핵화 대화 전면에 나서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유엔총회에 ‘외무상’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미가 ‘외교라인’ 채널을 통해 비핵화를 논의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확정이란 성과를 도출해낸 것은 유의미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선 기념사진 촬영 때 잠깐 조우하는 데 그쳤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9일 성명에서 리 외무상에게 회담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를 “나의 카운터파트”라고 지칭한 것은 리 외무상의 본격 등판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북미는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의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을 열기로 한 바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신뢰구축 조치 위주로 협상이 진행됐는데 협상이 본격화돼 비핵화의 세세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미국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이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외무상은 1994년부터 북미 대화에 관여한 정통 외교통이자 핵 전문가로 평가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저서에 따르면 리 외무상이 1990년 미국의 6개월 과정 군축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리 외무상은 지금까지 진행된 비핵화 협상에도 꾸준히 관여하며 김영철 부위원장을 지원했을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6·12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 배석했었다.

리 외무성이 본격적으로 북미 대화에 나서더라도 김 부위원장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심복으로서 그의 메시지를 전하고 남북·북미 대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협상에 어떤 북측 인사가 나설지도 관심이다. 대화의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북미 비핵화 대화는 보다 유연한 형태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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