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열람·유출 논란으로 인한 여야 간 신경전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열리는 국정감사는 물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과 남북 국회회담 추진, 민생법안 처리 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심 의원 사태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한 2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기밀 불법탈취사건’이라고 규정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거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한국당과 심재철 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할 때”라며 “한국당은 심 의원과 보좌진들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자행된 ‘국가기밀 불법탈취사건’을 두고 연일 야당탄압이라면서 물 타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심 의원과 보좌진이 불법 입수한 정보는 통일·외교·치안활동 및 국가안보전략, 보안장비 등 국가 주요 인프라관련정보와 고위직 인사의 일정과 동선, 각종 심사·평가 위원 관련 정보”라며 “이 정보들은 잘못 활용되거나 제3자에게 누출될 경우 대통령의 일정, 경호 문제를 비롯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주요 재판 정보, 각 부처 장·차관들이 취급하는 국가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 핵심적 기밀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일개 의원실 차원에서 관리할 수 없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국가기밀로, 신속히 반환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심 의원은 말로 불법탈취를 부인하고 반환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기밀을 무분별하게 유출하고 온갖 가짜뉴스까지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심재철 의원을 국가기밀 탈취와 관련해 윤리위원회 징계 요청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심 의원을 향해 “이번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지고 기재위원을 즉각 사임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한국당은 이번 상황을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검찰의 심 의원실 압수수색에 항의하기 위해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잇따라 방문하기도 했다. 심 의원실 측이 국정감사를 위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했음에도 무리하게 강제수사를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심 의원실은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기재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고 정상적 접속을 통해 확인되는 자료를 열람 및 다운로드했다. 소중한 국민혈세가 적재적소에 쓰이고 이는지 국민을 대리한 일반적인 의정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이어 “정부여당은 심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하고 연일 논평을 통해 비난 중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당의 의도적이고 정략적인 의회주의 파괴공작”이라고 보탰다.
같은 당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검찰과 법원은 살아있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그만 살펴주기 바란다”며 “검찰과 법원은 김경수 드루킹 게이트와 국가기밀인 부동산 개발정보 불법유출 건에 대해서는 늦장대응으로 일관한 반면 정당하게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야당 의원에 대해서는 담당검사 배당 단 하루 만에 기습 압수수색을 강행했다”고 반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검찰과 법원이 정권의 치부를 가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 국회의장, 검찰, 사법부까지 유례없이 신속하게 야당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또 “수사당국과 감사원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의혹과 ‘회의참석수당 부당수령’ 의혹에 대해 즉시 수사와 감사에 착수해 국민적 의혹을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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