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신고’ 부분 제출안 부상…美 ‘일괄 제출’서 물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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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2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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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간 게임 없다”…北단계별 조치 수용 관측
해커 박사 “신고 대신 검증 리스크 줄이는 방식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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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다음달 방북 계획 발표로 북미 정상간 2차 빅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그간 교착 상황의 핵심이었던 ‘핵 신고’를 뒤로 미루거나 부분적으로 쪼개는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조치’를 어느정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그간 고수해온 전체 핵 리스트에 대한 ‘일괄 제출’ 입장에서도 한 발 물러날지 시선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북한과 ‘시간 게임’을 벌이지 않겠다”며 “비핵화에 2년이 3년 혹은 5년이 걸리든 상관 없다”고 말했다.

최소 1년부터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내인 2년 내 비핵화를 완료해야한다고 강조해왔던 기존 입장과 상반된 것으로 ,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단계적 조치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에 단기간 내 완전한 핵무기 제거를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며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라며 “북한과 진전을 이루고 싶어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접근법을 고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의 일괄타결식 해법을 버리고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단계적’,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함으로써 향후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빈 채널’ 등의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핵신고 문제에서도 ‘전체 리스트의 일괄 제출’ 입장에서 단계 부분적으로 나누어 제출안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핵무기·물질과 시설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전체 리스트를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과 교환하겠다는 미국의 안은 북한의 입장에서 사실상 이후 협상력을 포기하는 것이어서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제기돼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21일 KBS 인터뷰에서 “전통적 비핵화 과정과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사찰 등 검증 프로세스가 필요하지만 반드시 그게 초반에 나와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이번에는 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물밑에서 재개된 북미간 협상이 영변 핵 시설과 이에 대한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부분 신고’ 수용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일단 영변과 동창리 등 핵심 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통해 핵심 핵 역량을 제거하고 해당 시설의 그간 가동 리스트를 확보한 뒤, 이에 기반해 예측된 내용을 토대로 폐기 및 신고 대상을 협상해나가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북한과 특정 시설과 무기 시스템에 대한 대화가 진행중”이라고 한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도 포괄적인 핵 신고 대신 구체적 폐기 대상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북한의 보유 핵 무기나 시설의 규모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핵 신고’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리스트를 속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완전한 검증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폐기와 검증을 함께 해나가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 대학교 명예교수는 27일 연세대 강연서 핵 신고 문제와 관련 “신고와 검증을 기다리면, 북한이 우리 핵무기가 어디 있고 몇개 있다고 말해봤자 신뢰가 없으면 믿지 못한다”며 “핵신고 대신 일단 5메가와트(MW) 원자로를 폐쇄하고 일부 미사일을 줄임으로써 검증가능한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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