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는 미국이 우리에게 신뢰감을 갖게 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비핵화 의지를 부각하면서도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
리 외무상은 연설에서 “우리는 조미 수뇌회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발사시험을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투명성 있게 폐기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했으며, 지금도 신뢰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은 우리에게 선비핵화만을 요구하고 있고, 제재 압박 도수를 높이고 있다”라며 “경제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이다. 조미 공동성명의 이행이 교착에 직면한 원인은 미국이 신뢰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리 외무상은 “조미 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공화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조미 공동성명이 원만히 이행되도록 하려면 수십년 쌓인 조미 불신 장벽을 허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미 두 나라가 신뢰조성에 품을 들여야 한다”며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조성을 앞세우는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동시적·단계적 행동 원칙을 재확인했다.
6·12 북미공동성명 이행 전망에 대한 미국내 회의론에 관해선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들은 정적을 공격하려는 구실로, 우리 공화국을 믿을 수 없다는 험담을 일삼고 있으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례한 일방적 요구를 들고 나갈 것을 행정부에 강박하여, 대화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고취하면서 강권의 방법에만 매달리는 것은 결코 신뢰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방의 불신만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들에 대해선 “(핵·미사일) 시험들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씨 하나 변한 게 없다”라며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가 북남 사이의 판문점 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연합군 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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