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용호, 유엔서 주한 유엔군사령부 비판한 의도는?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1일 07시 03분


“美지휘에만 복종하지만 신성한 유엔 명칭 도용”
일각선 종전선언 이후 해체 주장 위한 포석 관측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9.30 (UN제공) © News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9.30 (UN제공) © News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작심 비판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리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완화·해제를 논의하지 않고 북미공동성명을 환영하는 의장성명 발표까지도 거부하는) 극히 우려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심지어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는 북남 사이의 판문점선언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사가 지난달 말 남북이 북측 철도 구간에서 열차를 시범운행하며 현지 조사를 하려던 계획을 불허했던 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리 외무상은 해당 행위뿐만 아니라 유엔사의 지위 자체를 문제 삼았다.

위 발언에 이어 곧바로 “‘유엔군사령부’에 대해 말한다면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고 있는 ‘연합군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 것이다.

이날 리 외무상의 연설이 미국에 신뢰구축 조치를 압박하는 동시에 유엔과 유엔 안보리가 중립적인 자세로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만큼, 유엔사에 대한 비판도 크게는 이러한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이 유엔과 유엔 안보리를 넘어 유엔사까지 특정해 거론한 것은 장차 유엔사 해체 주장을 펼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동안 미국 조야와 국내 전문가 그룹 안팎에선 북한이 종전선언 이후엔 유엔사 해체 문제를 곧바로 들고나올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종전이 정전협정의 산물인 유엔사를 해체하는 명분이 될 것이란 것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대국민보고 등을 통해 종전선언은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효과를 갖지 않으며 유엔사 지위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 압박은 평화협정에 의해 가능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할 것이란 시각은 여전하다. 지금도 북한은 유엔사가 ‘사실상 유엔 조직이 아니다’라고 하는 판인데 종전으로 존재 명분이 약해지면 해체 목소리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경우 북한은 유엔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여건 마련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유엔사 해체를 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리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사를 비판한 뒤 “유엔과 특히 유엔 안보리는 헌장에 규제돼 있는 자기 사명으로부터 마땅히 국제평화 안전에 도움이 되는 사태 발전을 지지 환영하고 고무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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