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연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의 장소로 남북 비무장지대(DMZ) 공동경비구역(JSA) 내 판문점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보도했다.
RFA는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 9명을 상대로 인터뷰 방식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판문점’을 최적의 장소로 꼽은 전문가들이 9명 중 3명으로 가장 많았다며 이 같이 전했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 중 8명이 미국 워싱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워싱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며 2차 정상회담의 장소 중 한 곳으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혹은 2차 정상회담의 워싱턴 개최 모두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북한 정권이 한반도를 떠나려면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판문점이나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북한의 참석도 용이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입이 필요할 때 회담에 끌어들일 기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성사될 경우 그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까지 모이는 3자 회담이 성사된다면 판문점이 적절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판문점은 김 위원장이 멀리 여행할 필요가 없고 유엔군사령부의 보안을 제공받을 수 있다”며 “종전선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다면 판문점은 더욱 타당한 장소”라고 말했다.
워싱턴, 평양, 판문점이 아닌 ‘제4의 장소’를 꼽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다만 제4의 장소로 꼽은 최적지는 제각기 달랐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중립국의 성격을 띤 몽골의 울란바토르가 가장 적당한 장소”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이나 김 위원장의 방미는 시기상조이며 한국에서 회담을 할 경우 제3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초청으로 김 위원장이 워싱턴을 공식 방문하면 북한 내부적으로 위신이 서기 때문에 김 위원장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워싱턴보다 정치적 부담이 덜한 샌프란시스코를 추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샌프란시스코는 1945년 봄 50개국이 모여 유엔(UN) 창설을 위한 첫 회의를 했으며 이후 유엔 헌장을 채택?서명한 곳”이라며 “1951년에는 일본과 48개 연합국이 모여 전쟁을 종식하고 일본의 주권을 회복한 평화조약이 이뤄진 역사적 장소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맞교환이 이뤄진다면 역사적 의미를 배가할 수 있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은 이미 틀렸다”며 “나는 그가 또 한 번의 ‘큰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운을 띄웠다.
브라운 교수는 “북미 간 남아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가 완벽한 장소”라며 “아직 북미 정상회담이 ‘큰 축하 행사’가 되긴 이르다. 싱가포르보다 미디어의 주목을 덜 받은 환경이 필요하다. 미국은 김 위원장에게 VIP 비행기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협상 추이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킹 전 특사는 “싱가포르 회담은 성과가 거의 없었다”며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또 다른 정상회담이 진행돼도 결과는 비생산적일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엄 선임연구원은 “2차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기꺼이 종전선언을 채택할 것”이라며 “핵심 질문은 북한이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양측이 만족할만한 양보와 조건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2차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간 협상에서 현안이 해결됐다는 뜻”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2차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며 미북 관계는 급격히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국장은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정상회담의 성공 열쇠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종전선언 지지 의사를 협상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그가 10월 평양에서 가질 회의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정상회담을 향한 길을 열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RFA의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 데니스 헬핀 전 하원외교위원회 전문위원,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국장 등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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