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풍계리 참관 수용…‘사찰’ 둘러싼 세부 협의 관측
불가역성 확보 가능한 ‘참관’ 허용 여부가 관건
북미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성과를 거두면서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의 동시 교환이 이뤄질 양 정상간 ‘빅딜’까지 남은 관문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이 일단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에 대한 참관(inspection)을 수용한 가운데 영변 핵 시설 폐기 및 사찰 문제와 이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상 개시 여부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회동 후 작별하면서 ‘조만간 제2차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관련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북 결과에 만족감을 표명하면서 2차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재확인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도 이번 방북에서 “2차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와 날짜에 대한 선택 범위가 좁혀졌다”며 양 정상간 빅딜이 한층 더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한 것은 빅딜을 앞두고 양측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실무 협상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8일 “제2차 조미(북미) 수뇌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할 데 대하여 합의했다”고 전하며 이를 확인했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 실무 협상의 핵심 의제는 일단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 시설 폐기 및 사찰’이 될 전망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 풍계리 해체를 확인할 수 있는 미국 사찰단 방문을 초청했다.
북한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엔진 실험장 폐기와 이에 대한 유관국의 참관 허용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풍계리 사찰까지 수용한 것을 볼 때, 현재 북미간 협상의 초점은 ‘사찰’ 문제에 맞춰져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사찰’은 과거 북핵 협상들에서 끝내 넘지 못했던 관문으로, 특히 사찰단이 북한이 스스로 신고한 부분 외에 임의로 지정한 시설까지 들여다보는 ‘강제 사찰’ 수용 문제가 결렬 지점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비핵화 완료 시한을 설정하지 않은 이번 협상은 ‘신고→검증→폐기’의 통상적 비핵화 과정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적용으로 최대 난관인 ‘강제 사찰’ 문제를 넘어갈 가능성이 대두된다.
풍계리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영변 핵 시설의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에 먼저 집중한 뒤 이 과정에서 얻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다음 대상을 추진해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일정 수준의 비가역성을 확보하는데 방점을 찍는 방안이다.
노워트 대변인이 풍계리 폐기 참관의 목적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됐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문제는 북한이 수용한 ‘참관’을 통해 미국이 만족할만한 불가역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부분이 향후 실무협상의 관건으로 지적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과거 3차례나 실패한 핵 신고 문제를 현재 핵 능력이 현저히 증가한 상황에서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탑다운 방식의 이번 협상은 일방적 신고를 요구하는 과거의 핵 비확산 규범적 접근을 적용하기 보다는 정치적 접근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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