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재발을 계기로 ‘국민생활을 침해하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특별단속을 개시했다. 하지만 정작 단속한 건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나 북한에 대한 허위·비방성 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11일 경찰청에서 입수한 ‘국민생활 침해 허위사실 생산·유포사범 진행 목록’에 따르면 경찰이 최근 한 달 동안 단속한 가짜뉴스 37건 가운데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안은 3건에 불과했다.
경찰이 수사 또는 내사 중인 16건 가운데는 ‘○○군에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는 글 1건 외에는 모두 문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북한 관련 글이었다. 문 대통령을 허위 비방한 글은 9건으로 문 대통령이 8월 여성 비서관들과 함께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두고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 사진을 모방해 연출 사진을 찍었다’고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에 대해 근거 없이 적대적인 취지로 온라인에 쓴 글이나 유튜브 콘텐츠 역시 주된 내사 및 수사 대상이었다. “남북관통 철도사업과 고속도로는 기습 남침을 도우려는 것”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85조 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전파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삭제·차단을 요청한 글 21건 가운데에도 ‘난민이 8세 여아를 성폭행했다’ ‘중장년층 정년퇴직이 5년 앞당겨졌다’는 등 2건만 국민 생활과 관련이 있었다.
가짜 뉴스로 분류돼 삭제·차단 요청된 글 가운데에는 한 누리꾼이 자신을 ‘20대 대통령’으로 칭하며 쓴 ‘전국에 계엄령을 내린다’는 등 장난 식으로 쓴 글이 포함됐다. 한 인터넷 매체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식량을 추가 지급한 육군 장교를 처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것, 트위터에 “정부가 북한에 퍼다 줄 궁리만 한다”며 비판적으로 적은 글도 경찰은 불법 게시물로 판단했다.
경찰이 문 대통령 관련 글은 문 대통령을, 북한 관련 글은 통일부 장관을 가짜뉴스의 피해자로 상정하고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내사·수사하는 것에 대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을 피해자 고소 없이 수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데다 통일부 장관을 명예훼손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도 논란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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