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1일 북한에 핵 리스트 제출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핵 신고를 유예하고 영변 핵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자고 한 제안과는 다른 것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김정은을 만난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미국이 (북측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취할 상응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북측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김정은의 반응이 주목된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핵 리스트 제출과 관련해서 제가 북측에 반복해서 이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북측도 이걸(핵 리스트 제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상응 조치에 나서려면 북한이 ‘플러스알파’를 내놓아야 하는데 핵 리스트가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강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해 “그들(한국)은 우리(미국)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승인(approval)’이란 비(非)외교적 표현을 세 차례나 사용하며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강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연락을 취해 왔느냐”고 기자가 묻자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재차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강 장관의 해명에도 문재인 정부가 5·24조치 해제를 검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남북연락사무소 개설,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 등 북한과 성급하게 관계 회복에 나섰다는 불만이 쌓여 있다가 이번에 폭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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