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76)은 15일 오후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부인 이선자 씨(향년 75세)를 추모하는 사부곡(思婦曲)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의원은 “(12일) ‘오늘 과천 법무부에서 밤늦게까지 국감하고 마지막 KTX나 고속버스로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에 내려갔다가 월요일에 상경한다는 뜻)할게.’ ‘네’ 하고 제 손을 꼭 잡아주며 가벼운 미소, 아내와 나눈 대화가 마지막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박 의원은 이날 두 딸과 함께 이 씨의 임종을 지켰다.
두 사람은 박 의원의 7년 구애 끝에 처가의 반대를 이겨내고 1969년 결혼했다. 이 씨는 미스 전남 출신이다. 박 의원은 사석에서 종종 “아내가 너무 예뻐서 처음 봤을 땐 가슴이 떨려서 손도 못 잡았다”고 했다. 박 의원에 대한 이 씨의 내조는 유명하다. 젊었을 땐 함께 큰돈을 벌었다. 박 의원 부부는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함께 가발 사업을 해 박 의원이 38세 때인 1980년 뉴욕한인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이 씨는 박 의원이 새벽에 샤워를 하면 내의와 와이셔츠, 넥타이, 양복은 물론이고 안경닦이까지 침대 위에 펴놓으며 챙겼다. 2004년 박 의원이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감되자 이 씨는 1년 5개월 동안 매일 면회하며 옥바라지를 했다. 당시 이 씨는 큰 스트레스를 받아 안구 돌출 증세로 고생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이 씨가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임종하기까지 308일간 거의 매일 병원에 들러 이 씨에게 저녁을 직접 떠먹여 줬다.
이날 빈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정치권 인사 수백 명이 조문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 특1호(02-2227-7500). 발인은 17일 오전 10시 경기 용인시 용인공원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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