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김 위원장, 방북 폼페이오에 제재 해제 요구”
종전선언 가시권 들자 제재로 협상 목표 바꾼 듯
북한이 최근들어 미국에 종전선언 보다는 ‘제재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경제 제재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미국은 비핵화 뒤에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개인 필명의 글을 소개하면서 “미국이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곧 적대시 정책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제재는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생명권을 말살하기 위한 야만적인 목줄 조이기”라고 규정했다.
또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대국들도 조선(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수립 과정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방법으로 전진돼야 하며 관련국들의 상응한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제재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북한 매체들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지난달 29일 유엔 총회 이후 대북제재 완화·해제 촉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시 리 외무상은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우리의 핵실험과 로켓 시험을 문제시해 숱한 ‘제재결의’들을 쏟아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지만 그 시험들이 중지된 지 언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7일 방북 당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 직접 설득 작업도 벌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참석한 북중러 3자 외무차관급 회담이 열린 지 하루 뒤인 지난 10일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안보리가 대북 제재 조치 재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최선희 부상이 중국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며 제재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북중·북러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이같은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맞춰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호소하고 나선 상황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에 대북제재 완화 및 해소에 목표를 두고 이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종전선언에 대해선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 폐기 등 미국과 협상 초반에 제시한 ‘선의의 조치’에 대한 등가물로 여겨왔다.
또 북한으로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제시한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결실을 낳기 위해선 제재 완화나 해제가 절실한 입장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에는 외자유치를 목표로 하는 경제개발구 22개가 추가 지정됐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공동으로 펴낸 ‘한반도 특강’에서 “북한은 국가 총노선을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에 총력 집중하는 것으로 바꿨고, 이 노선은 궁극적으로 대북 제재가 풀려 외부투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6일 “북한이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 제재는 완전한 효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는 유럽을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에 대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이같이 답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가 비핵화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매우 명확히 했다며, 비핵화에 빠르게 도달할수록 더 빠르게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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