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기업 방북 추진에 “재가동 사전 준비” 분석
대북 제재 완화가 선결 조건…비핵화 협상 국면이 변수
정부가 2년 8개월 만에 개성공단에 우리 측 기업인의 방북을 추진하며 정부가 개성공단의 단계적 재가동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24일 제기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 문제를 북한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북측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방북 문제를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단 재개 문제와 별개로 개성공단 기업들의 현장점검을 위한 방북을 북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입주기업의 방북 성사를 사실상 결정하는 것은 미국과의 협의 문제다. 미국은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대북 제재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에서, 그간 입주기업들의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7월 입주기업들이 방북 신청을 했을 때도 정부는 열흘이 넘도록 미국 측과 협의 끝에 ‘유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마크 램버츠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을 한국에 파견해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남북 경협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방북 추진은 미국 측과 상당 부분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방북단을 개성공단 내에 생산 시설을 보유한 124개 입주기업·공단 내 생활 관련 인프라 구축과 물품을 공급하는 영업기업·공단 유관기관으로 구분해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순차적으로 방북하는 일정을 짠 상태다.
막판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세부 일정이 잡혔다는 것은 미국 측도 이번 방북에 대해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 후 대북 제재 완화 국면을 대비해 재가동의 ‘단계적’ 추진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남북은 이미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공단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조치가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사전 준비라는 해석이다.
개성공단의 재가동 추진 가능성은 지난 9월 개성공단 내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하면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연락사무소의 개소는 공단 재가동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연락사무소의 개소와 함께 끊겼던 전기 공급과 중단됐던 정배수 시설 가동으로 사실상 공단 재가동을 위한 인프라 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이번 입주기업들의 방북을 통해 각 공장과 시설에 대한 세부 점검 결과가 나올 경우 본격 재가동을 위한 사전 준비는 사실상 완료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조치도 공단의 재가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백 대변인은 “이번 입주기업들의 방북 추진은 재산권 보호와 자산 점검 차원”이라며 “공단의 재가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대변인은 다만 ‘입주기업의 방북이 필요한 어떤 상황이 생긴 것이냐’는 질문에는 “남북관계는 정상회담 등에서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라며 “거듭된 기업의 요청이 있었고, 정부도 기업인들의 재산권 보호 및 자산 점검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답했다.
해석에 따라 정부가 정상회담의 합의 이행을 위해 입주기업들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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