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가 안 돼 엘티이(LTE) 통신망이 터지는 낮은 고도 비행할 때만 카카오톡 메신저 창을 띄우고 있다. 정부에 요청을 드린 지 8년 정도 됐는데 장관이나 기관장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중간선에서 다 막힌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응급의료전용 헬리콥터(닥터헬기) 관련 현장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 질의에 이 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김 의원은 훈련 중 사고로 위급한 상황에 처한 해경승무원이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닥터헬기가 이륙하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면서 사망하는 등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언을 듣기 위해 이 교수에게 참고인 참석을 요청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착륙 사용불가로 닥터헬기 출동이 기각된 건 80건에 달한다. 이중 61.3%가 비인계점이란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안전한 착륙을 위해 인계점은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착륙할 수 있다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영국에서 실제 의료진이 닥터헬기로 중증환자를 이송하는 동영상을 소개했다.
의료진과 항공대원이 무전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이 교수는 “무전기로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는데 우리는 무전도 안 된다”면서 “제가 민간 기업 광고로 오해를 많이 받는데 무전기를 지원해주는 게 너무 고마워 광고까지 촬영했지만 여전히 (무전기가) 되지 않아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닥터헬기가 출동하더라도 벽은 존재한다.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는가 하면 소음 민원 등이 발생을 이유로 관공서에서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선 소음 민원을 이 교수가 일하는 아주대병원 측에 보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헬기장을 아예 없애버리든가 소리가 안 나게 방음벽을 설치하라고 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관공서에 내려 앉으면 같은 공직자들끼리도 안 좋은 소리를 하더니 언제부턴가 관공서 잔디밭도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세상은 국민 생명이 존중받는, 사람이 먼저인 진정한 선진사회”라며 의원들의 관련 입법 노력 등을 부탁했다.
이처럼 현장 상황을 열악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이 교수는 ‘중간 관리자의 책임 떠넘기기’를 꼽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점을 바꿔야 하느냐’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질의에 이 교수는 “한국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위에서 시켰다고 핑계를 대고 정년이 보장된 공직자도 누구누구 핑계를 대면서 안 하는데 역사적으로 역행하는 것 아니냐”며, 의원들을 향해 “선진국 모델들을 한국사회에 그대로 들여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권역외상센터 인력난 문제를 두고선 대대적인 인력 충원 지원을 요청했다.
이 교수는 “의사가 부족해 전담간호사가 위태위태하게 일하고 있는데 인력이 증원돼야 한다”며 “대한민국 모든 병원들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영미권은 물론 바로 옆 일본과 비교해도 간호사 인력이 절반 이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 52시간으로 가고 저녁이 있는 삶으로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는 건 틀리지 않지만 보건의료현장엔 어마어마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것 없이 인력을 줄여버리면 문 닫으란 소리밖에 안 돼 한국 사회에선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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