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평양공동선언 비준과 관련해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평양공동선언을 비준한 게 위헌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오히려 논란을 더 부추기자 하루 만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우리 헌법이나 국가보안법에서는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보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에 반해서 유엔이나 국제법적인 차원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어제 한 말은 평양공동선언 비준을 하는 게 위헌이라고 주장하니 그렇다면 헌법적 측면에서 판단해 보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헌법적 차원의 북한 지위만 부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이 수습에 나선 것은 전날 발언이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적잖은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공식적으로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고 밝힐 일은 아니었다”며 “비준 행위가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수준으로만 설명했어도 됐을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변인이 말했지만 법리적 논리는 민정 라인에서 제공했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과 정무적 판단이 다소 고려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는 김 대변인의 발언으로 오히려 국회에 계류 중인 판문점선언의 비준동의가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변인은 이날 “남북 관계가 화해,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국회에서 좀 생산적인 논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은 정부가 제출해놓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처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청와대는 북한 국가 인정 여부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앞으로 줄줄이 예정된 남북 교류 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내년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북한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데 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참여하는 거냐, 무슨 자격으로 참여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과 행정부가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국민과 입법부에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자의적 법 해석으로 ‘셀프 비준’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자 여당도 본격적인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조치를 언급한 것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해선 무조건 반대하는 청개구리 심보”라며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고, 위헌이라는 주장도 궤변으로 한국당의 행태는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헌법 정신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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