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신일본제철이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했지만 피해자들이 곧바로 배상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한 한국 법원이 해당 기업에 배상을 강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씨(98) 등 원고 측은 피고 측인 신일본제철에 배상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부터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 직후 신일본제철 측은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확률은 매우 낮다.
신일본제철이 국내에 재산이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국내 법원을 통해 강제집행을 할 수는 있다. 피해자 측인 국내 집행관 또는 집행법원에 강제집행 신청을 해 배상금을 받는 것이다. 이 경우 신일본제철이 국내에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등부터 살펴봐야 한다. 원고 측은 아직 신일본제철의 국내 재산을 확인하는 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파악해야 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해마루 소속 김세은 변호사는 “오늘 판결을 근거로 국내 재산에는 법원을 통해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신일본제철이 포스코에 3%가량 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주식에 대한 집행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해당 주식의 가치는 75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신일본제철이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 외에도 하급심에서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소송을 진행 중이고, 앞으로 다른 피해자가 소송을 새로 낼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손해배상액을 현재로선 산정하기 어렵다.
신일본제철이 한국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면 더 배상을 받기 어렵다. 일본 내 재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일본 사법부의 협조가 있으면 집행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일본 민사집행법에 따라 피해자 측이 일본 재판소에 판결의 승인을 구하는 소(訴)를 제기해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재판소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집행을 승낙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며 반대 의견을 낸 권순일, 조재연 대법관은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소송 제기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대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 정부의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등 기본권 제한 상태를 유발한 만큼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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