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진척에 따라 유동적일 가능성
북한과 러시아가 외교 차관 회담을 진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및 북러 정상회담 관련 논의의 진척 여부가 31일 주목된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신홍철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급)은 전날인 30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회담했다.
양측의 회담은 오찬을 겸해 3시간 30분여간 비중 있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의 안건이 무게감 있는 주제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의 방러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윤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양 측이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당 대 당’ 교류에 이어 외교 채널을 통해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구체적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은 외교 차관급 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하진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가 공개한 언론보도문에는 “양측이 실무 분야 협력을 포함한 양자 관계 발전 현황과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한반도 상황에 관한 견해 교환도 있었다”는 짤막한 결과만 명시됐다.
북한은 앞서 류명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의 러시아 방문과 신 부상의 방러 등 북러 간 인적 교류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보도를 내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와 관련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냈던 러시아도 “관련 문제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은 고수하면서도 진전된 논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의 구체적 확정 사안은 북미 협상의 진척에 따라 공개 시점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과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영향력 확대와 접경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제재 완화 시점에 맞춰 대북 경제 협력 사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대북 경제 제재의 완화와 관련한 미국과의 협상 진전 없이 북중러가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연대 효과’를 강화하는 것 외에 실익이 적을 것이라는 해석을 나오게 한다.
북한은 내달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류 부부장, 신 부상의 방러 기간 동안 북미 협상의 일부 진전 사항이 나온 만큼 양측은 일단 북러 정상회담 진전의 ‘수위 조절’을 하면서 적절한 시점을 확정하는 쪽으로 협상 방향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동방학연구소 설립 20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방러 여부에 대해 “이 문제가 현안에 올라와 있지만 장소나 시기와 관련해 정확한 합의는 없다”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한 바 있다.
북미가 올해 비핵화 협상 개시 후 ‘가다 서다’ 협상을 반복하고 있어 당장 고위급 회담이 열리더라도 의미 있는 진전을 섣부르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상외교 행보를 앞두고 ‘잠행’한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공개활동을 재개한 점, 같은 시점에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개최 일정의 윤곽이 드러난 점을 비춰 봤을 때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서 또 한 발짝 진척을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행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의 ‘우군’으로 굳어진 러시아는 향후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협상 관련 상황을 공유받으며 정상회담 준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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