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언급 생략한 文대통령…野반발 의식한 ‘로우키’ 전략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1일 14시 32분


문재인 대통령의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에 관한 직접적인 당부를 하지 않은 것은 불필요하게 야당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북한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에 국회가 꼭 함께 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우리가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며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노심초사에 마음을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규제혁신 법안 등 쟁점현안에 대해선 직접적 어투로 국회 처리를 요구한 것과 달리, ‘판문점 선언’ 만큼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미 국무회의 의결로 처리한 평양 선언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를 구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실제로 문 대통령이 택한 것은 간접 화법을 통한 ‘로우키’ 전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 ‘평화 정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간접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화의 당위성을 명분으로 한 짙은 호소를 통해 판문점선언 비준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낮은 자세로 일관한 것은 공개적으로 판문점선언 처리를 언급할 경우 야당의 반발만 더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법원에 평양선언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 압박할 경우 더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야당을 자극해 판문점선언을 정쟁 이슈로 삼을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움직일 공간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민생법안 처리 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자칫 국회 파행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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