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 카운터파트와의 고위급회담이 다음 주에 열린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핵시설 사찰 문제를 북측과 논의한다고 공언해 북미 간 ‘비핵화-상응조치’ 빅딜 논의가 진전을 보일지 관심이 모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 핵 사찰에 대해 “다음 주쯤 북측 카운터파트와 이야기할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미국 중간선거(11월6일) 직후인 오는 9일께 뉴욕에서 열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던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3주 반 전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는 미국 조사관이 2개의 유의미한 시설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핵 사찰 논의가 심화될 수 있음은 물론,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의견 차가 좁혀질지 주목하게 하는 발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2개의 시설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 해체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을 초청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방북 직후 풍계리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대한 사찰을 북한이 허용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그러나 이를 두고 “북한이 같은 차를 두 번 팔았다”는 평가가 나왔던 터라, 북미 간 빅딜이 성사되려면 2개 시설 사찰 외에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풍계리 실험장은 북한이 지난 5월 해외 언론을 초청한 가운데 폭파했고,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은 지난 7월 자체적으로 해체하는 정황이 미국 위성에 포착됐었다.
영변 핵시설은 그 다음 비핵화 카드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북미 간 빅딜 논의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돌파구가 될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상응조치, 특히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전까지 제재는 고수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영변 등 추가 비핵화 조치를 제재 해제와 연계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럴수록 북미 간 빅딜 성사는 요원해질 수 있다. 제재 해제에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반면 대북제재에 여전히 강경한 미국 내 여론은 물론이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도 제재완화 전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선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다소 밀려나있던 종전선언이 상응조치 카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일각의 해석도 있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도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다뤄질 논의 주제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고위급회담 의사를 띄우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초로 거론되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구체화할 경우, 그간 실무협상의 난항으로 제자리걸음 했던 북미 대화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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