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홍영표, 의원실에 공문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 사이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가 활발하다.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연말까지 ‘가짜뉴스’ 대응이나 국정 현안 및 성과 홍보 관련 영상물을 최소 한 편씩 의무적으로 제작하라”고 지시했기 때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개성 강한 동영상 콘텐츠로 인기가 높은 금태섭 박주민 의원실에는 다른 의원실로부터 영상 제작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이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유튜브 제작 총동원령을 내린 것은 ‘동영상 정치 콘텐츠 시장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보수 성향인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구독자 28만4771명), ‘신의 한 수’(28만2972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25만4110명) 등의 유튜브 채널은 이미 단단한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에는 구독자 2만9304명인 ‘마포을(乙)’을 운영하는 민주당 손혜원 의원과 ‘웰컴투 상정랜드’(7803명)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유튜버가 없다.
의원들의 영상 제작과 별개로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유튜브 채널도 운영할 방침이다.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인 권칠승 의원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당은 이제 방송국 역할을 해야 한다. 정당이 국민한테 다가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영상을 통한 홍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는 PD와 작가를 고용하고 당사 지하에 스튜디오도 설치했다.
민주당은 유튜브 스튜디오 오픈 행사를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열기로 했다. 유튜브 콘텐츠 시장에서 승리해 집권여당 프리미엄인 ‘기호 1번’을 이어 가겠다는 의미다.
이날 선보일 첫 번째 콘텐츠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수학교육과 교수 출신 박경미 의원, ‘박정 어학원’ 원장 출신인 박정 의원, ‘다독(多讀)왕’ 박주민 의원이 나서 15일 수능을 치를 수험생들을 위해 각각 수학, 외국어, 언어 영역 기출문제 풀이 비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 “보수진영에 밀린다” 위기의식… 여론戰 가세 ▼
이해찬 대표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예능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고 이동하는 모습, 의원실에서 쉬는 모습, 차 안에서의 모습 등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각 의원실도 저마다 콘텐츠 준비에 바쁘다. 일부 의원실은 전문 촬영 스태프를 고용하기도 했다.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정책(법안) 읽어주는 남자’ 콘셉트로 어려운 법안을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을 제작하려 한다”며 “기획안, 시나리오, 동영상 편집 등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런 민주당의 움직임은 유튜브에 대한 여권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그간 여권은 유튜브에 ‘가짜뉴스’가 넘쳐난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와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민주당이 직접 스튜디오를 열고 소속 의원들에게 동영상 제작을 독려하는 것은 야당과 유튜브 여론시장에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직까지 민주당은 유튜브에서 크게 열세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비슷한 시기인 2012년 2월 12일과 2011년 12월 29일에 각각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한국당 공식 채널 ‘오른소리’의 구독자가 2만7891명이고 조회 수는 1000만 회를 훌쩍 넘기는 데 비해 민주당 채널 가입자는 9152명, 조회 수는 400만여 회로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고무된 한국당에는 유튜브 활동에 공을 들이는 의원이 많다. 최근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성태 티브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오픈하고 1인 방송 ‘김성태의 한 놈만 팬다’를 진행 중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요즘은 노인정에서도 유튜브에서 원하는 동영상을 검색하고 댓글을 다는 방법을 서로 알려준다고 한다”며 “방송 뉴스에서 듣기 어려운 속 시원한 이야기를 해주는 데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김상운·홍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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