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대한제국 시절 신식군대의 육군 군복을 4일 공개했다. 상·하의, 코트 형태의 외투까지 온전히 한 벌로 보존돼 온 것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은 2일 대한제국 육군 진위대의 부위(副尉)와 강릉재무서장을 지낸 황석(1849~1938)이 남긴 유품과 문중에서 전해오던 고문서 등 유물을 후손인 황일주(황석 종손·만66세) 씨로부터 기증받았다.
진위대는 1895년 지방의 질서유지와 변경 수비를 목적으로 설치한 최초의 근대식 군대이다. 부위는 대한제국 무관 계급 중 하나로 지금의 위관장교인 중위급에 해당된다.
육군박물관에 따르면 기증받은 유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한제국 군대의 군복이다. 모자, 외투, 예복, 상복(정복에 해당), 바지까지 완전한 한 벌을 이루고 있으며, 천으로 된 바지 멜빵, 가죽으로 된 도대(刀帶) 칼집이 장착된 허리띠까지 보존돼 있다.
이 유물을 감정한 이경미 한경대 의상학과 교수는 “1900년 7월에 개정된 ‘대한제국 육군장졸복장규정’에 의거 제정된 복식으로 1900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렇게 완벽하게 세트를 이루고 있고 외투까지 포함된 것은 매우 희귀한 경우이며, 사용자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완전하게 보존돼 왔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대한제국 진위대 부위의 예복을 입은 황석의 영정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정은 고종의 어진을 그린 화가인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1848~1941)의 작품이다.
이원복 부산박물관장은 “채용신의 그림이 절정을 달리던 1910~192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얼굴 표정의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육군박물관은 이외에도 황석의 임명장과 봉급 증서, 상여금 증서, 암행어사에게 올린 친필 진정서 등 총 80점에 이르는 유물과 유품을 기증받았는데 군복과 영정은 국가 지정 문화재급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유물의 주인공인 황석은 1849년(헌종 15)에 출생해 청장년기에 유학을 익히고 1896년 47세가 되던 해 민영환의 추천으로 육군 참위(지금의 위관장교인 소위급)가 되어 울산에 주둔했다. 1898년 49세가 되던 해 평양 진위대의 부위로 진급했다. 1907년 군대해산으로 해임됐으나 곧 세무관(7급봉 주임관 4등)으로 다시 복직됐고 강릉재무서장을 지냈다. 1910년 재무관(6급봉 주임관 3등)으로 퇴직했다.
육군박물관은 2~18일까지 유물을 특별공개하며 내년에는 상설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관람 문의는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02-2197-6602~4)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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