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핵 개발할 수도 있다?…北의 허세일까 경고일까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4일 20시 55분


“판 깨면 경제·군사 압박 커지고 金 권위 떨어져”
실현 가능성 낮지만 ‘그만큼 진지하다’ 메시지

북한이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핵·경제 병진노선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그 진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2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 권정근 명의로 발표한 논평에서 미국이 북한의 거듭되는 대북제재 요구에도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 전략노선을 채택했다. 권 소장 언급은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로, 북한이 이런 협박성 발언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권 소장은 “이러한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 있다”며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병진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병진노선을 부활시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절대 판을 깰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협상 판을 깨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 심화되고, 미국의 군사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으며, 미중 무역전쟁이 막바지인 상황에서 중국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철천지원수인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까지 갔는데 몇 달 만에 판을 깨면 권위가 바닥에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 역시 “북한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며 “판을 깨면 고립과 압박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병진노선 언급을 ‘그냥 하는 말’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신 센터장은 “미국연구소는 외무성 북미국 구성원이 비공식 대외활동을 할 때 쓰는 이름”이라며 “이번 논평도 공식 외무성 입장일 가능성이 높고 내주 고위급회담에서도 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도 북한이 병진노선 부활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이 그만큼 제재 완화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한달여간 각종 거친 언사를 동원하며 제재 해제를 촉구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위급회담을 며칠 앞둔 시점까지 북미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했으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해체와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까지 꺼냈는데 미국은 어떤 상응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상황을 외교 성과로 강조하며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나온 ‘병진노선’ 언급은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북한의 전술인 동시에 북한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나타내는 징표이기도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도 제재 완화에 있어서는 양보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내주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고위급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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