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영상에 보안사항 노출… 임종석 선글라스 이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5일 03시 00분


통문 고유번호-위치 등 담겨… 靑 뒤늦게 영상 수정하고 사과
내부서도 “홍보 치중해 성급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지난달 17일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는 강원 철원의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지난달 17일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는 강원 철원의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비무장지대(DMZ)의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화살머리고지’ 영상이 계속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선글라스를 낀 채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이 지역에 다녀온 뒤 영상의 내레이션을 맡아 정치권에서 ‘2인자 논란’을 일으켰고, 군사보안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뒤늦게 해당 영상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25일 청와대는 ‘남북 공동 첫 유해 발굴 화살머리고지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화살머리고지는 9월 평양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DMZ 내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이 영상에는 임 실장 등 핵심 외교·안보 참모들이 지난달 17일 해당 현장을 방문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영상에는 DMZ 내에 있는 우리 측 최전방 감시초소(GP)로 가는 통문의 고유 번호 및 위치, 북한 측 GP의 위치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국방보안업무 훈령에는 ‘경계 상태를 노출시키는 사항’ 등을 촬영 금지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정작 청와대가 이를 간과한 것. 야당에서는 “우리 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청와대는 뒤늦게 해당 영상을 수정하고 사과했다. 청와대는 3일 트위터 등을 통해 “(해당) 동영상에 비공개 대상이 일부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어 해당 부분을 수정했다”며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당초 청와대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이 영상을 게재했지만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영상 등으로 대체했다.

이 영상이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9일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순방 중 국가정보원장 등을 대동하고 DMZ를 시찰하더니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첫 장에 임 실장의 화살머리고지 방문 영상이 방영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비서실장은 나서는 자리가 아니다. 자기 정치를 하려거든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비판했다.

잡음이 계속되자 청와대 내에서도 “홍보에 치중한 나머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레이션도 임 실장이 먼저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영상을 만든) 디지털소통센터에서 임 실장에게 부탁했고, 임 실장이 차마 거부하지 못한 것”이라며 “보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청와대가 스스로 각종 논란을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dmz영상#보안사항 노출#임종석 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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