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前장관 “미국이 대북정책 전략적 재평가하면 김정은 또 위기 맞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09시 51분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라나는 청년들이 북한 문제를 국제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제가 통일부 장관을 할 때 관료들에게도 항상 그런 얘기를 했어요. 북한만 쳐다보고 북한만 분석해서는 이른바 북한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다. 평생 노동신문 사설만 읽고 연구하는 사람이 잘 할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북한 문제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국제문제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문제를 풀거나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도 들여다봐야 되고 국제적인 측면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 수뇌부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북한 수뇌부 스스로도 자기 문제를 100% 풀지를 못하잖아요. 자신들의 문제가 국제 문제라는 기본적인 성격이 있고, 국제적인 요소가 작동을 하기 때문이죠. 특히 북한의 핵문제는 북한의 내부 문제가 아니에요. 물론 북한 경제 문제도 국제문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북한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핵문제는 그것보다 더 국제문제화 돼 있어요. 그래서 국제적인 관점에서 봐야 이해도 되고 해법도 나오는 겁니다.”


-북핵문제의 국제적인 측면을 무시했기 때문에 불가피했던 기성세대의 잘못이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지금까지 남북한 문제를 이해를 하고, 어떤 식으로든지 답을 내려 한 사람들 중에 두 가지 큰 라인이 있습니다. 나처럼 보다 큰 지정학적인 역학 속에서 남북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법을 찾아야 된다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학자든, 정치인이든, 전문가 그룹이든 남북한 문제는 남북한이 풀어야 된다, 특히 북한 문제는 북한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풀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큰 흐름이 있어왔던 거죠.

그런데 한반도의 남과 북은 국제적으로 강대국(Super Power)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한반도의 지정학(Geopolitics)이라고 하는 특수한 사정이 있어요. 한반도 분단부터, 또 그 이전부터 그런 지정학적 역학 속에서 우리 역사가 진행된 거 아니겠어요? 분단 이후 우리 대한민국 발전사라든가 한반도 안보 상황의 변화, 이 모든 것들은 바로 그 지정학적인 역학이 작동한 결과라는 본질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당연히 전자이고, 그런 관점과 접근법을 통해서 이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남북한의 특수성, 북한의 특수성을 기본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보다 큰 틀에서 들여다봐야 해결이 된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어왔다는 거죠.”

-지금의 북한 문제를 보는 데 국제정치학의 접근법이나 이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국제정치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큰 대 이론들이 있어요. 이것을 경쟁적인 패러다임(Competing Paradigms)이라고 얘기하죠. 70~80년 동안에 걸친 현대 국제정치학 이론의 발전과정에서 현실주의도 나왔고 자유주의라는 것도 있고, 90년대 중반 이후에 소위 구성주의라는 시각도 있고, 그 이전에 물론 사회주의 시각 같은 대 이론, 또는 대 패러다임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를 보는 일반적 이론들이고 그런 이론들을 가지고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도 하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90년대 후반부터 일부 현실주의자들이 자유주의적인 사고를 수용하는 노력들을 해 왔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나 역시 그렇게 연구하는 사람의 하나입니다. 현실주의나 일부 자유주의에서 나오는 이론들이 북한 문제 해법에서도 상당히 유용한 이론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북한만을 보는 독특한 이론은 사실 찾기가 어렵습니다만 어떤 국가 또는 정권이 어떤 특정한 이슈, 예를 들어서 핵문제 같은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어떻게 해야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다양한 모델들이 나옵니다. 게임 이론(Game Theory)으로 보느냐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s) 개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해법이 나올 수가 있어요.

하지만 이론이 해답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반이론들은 기본적인 이해를 돕고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행동과 전략과 접근방법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그 문제를 다뤄온 역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덧붙여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그동안 북핵문제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되어오지 않았어요? 어떤 순간에 왜 어떤 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느냐, 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느냐 등에 대한 많은 사례의 연장 속에 지금이 있는 겁니다. 여기에서 경험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도 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례들이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면?

“북한 문제가 국제문제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우선 북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알아야 될 거예요. 결국 북한 입문서가 필요한 거죠. 북한 정치 체제를 다룬 이상우 전 서강대 교수의 ‘북한 정치 입문’에서부터 북한 사회의 역사와 경제 등을 다룬 입문서들이 있어요. 북한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그런 입문서를 구해보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핵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져왔다는 것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분석한 책들이 필요하겠죠.

최근에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재미있게 봤어요. (통일부 장관으로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루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았던 사실, ‘정말 그럴까?’ 했던 사실들이 그 책에서 일부 확인됐고 또 우리가 다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제시 됐기 때문이에요. 이전에 넘어온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같은 분은 태 전 공사보다는 더 높은 직위에 있었고 그가 살아있을 때 나도 여러 번 만나 북한 체제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지금은 북한 사회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과거 몇 십 년 동안은 그야말로 완전히 베일에 싸인 채였지요. 소수의 정보 당국자들은 북한 사회를 봐 와서 잘 알았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북한 사회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지금도 북한을 우리 사회처럼 들여다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책결정구조라든지, 또 이런 것들을 그런 분들이 얘기한 것은 의미와 재미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근 상황에 대한 의견을 여쭙겠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 협상의 교착 국면이 길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놓고 지금 머뭇거리고 있는 거잖아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지금 북한은, 너무 단정적일지 모르지만, 지난 12월 이전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에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미국에 양보하고 자신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회담을 빨리 진척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죠. 이것은 다시 말하면 미국이 협상을 좀 잘못했다는 말도 되는 겁니다.

지난해 말의 상황과 지금을 한 번 비교해보세요.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세요. 지난해 말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완전한 제재 국면을 조성하고 군사적인 위협까지 가했습니다. 북한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북한 핵문제가 풀리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그러한 위기를 느껴야 한다고 저와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대가를 치러서 만든 핵입니까. 그런 정도의 체제 위기를 느끼지 않는다면 포기할 수가 없죠. 지난해 12월 말의 상황은 아마도 70~80%의 위기라고 느꼈을 것 같아요. 중국도 북한에 대해서 굉장히 쌀쌀맞게 대했어요.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라든가 김정은의 방중이 거론조차 안 될 정도로 북한은 국제적 고립에 빠져 있었고, 남북한간의 문도 열리지 않았어요. 김정은이 한 차례도 정상회담을 해본 적이 없었죠. 그러니 북한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올해 대반전을 취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했겠죠.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북한은 국제적 고립에서 완전히 벗어났어요. 단초는 남북 정상회담이지만 실질적인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에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발표한 것으로 50%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실제로 만나 100% 달성한 셈이 됐어요. 미국 대통령과 같이 동렬에 서는 국제적 당당함을 얻었어요. 김정은의 엄청난 정책 승리였던 거죠. 그 사이에 시진핑 주석하고도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잖아요?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도 풀었어요. 중국에게서 인정받고, 환대를 받았어요.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카드를 얻은 거죠.

국제제재도 유명무실해졌다고 표현하기는 지나치지만 작년 12월에 비하면 상당히 느슨해진 것이죠. 원유도 러시아나 중국에서 받을 수가 있고. 인력 송출도 제재는 받지만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게 되어 있잖아요? 국제적 분위기로 보면 제재도 좀 풀린 것이죠. 북한은 이제 핵실험 안 해도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소위 농축 우라늄 개발은 어디엔가 계속 하고 있을 걸로 보입니다. 남북관계도 문이 열렸다고 생각하면 답답할 게 없죠. 내가 김정은이라도 회담을 빨리 할 이유가 없어요. 종전선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봐요. 김정은으로서는 조건을 내걸고 협상을 빨리 안 하는 것이죠. 다분히 전략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김정은은 미국이 상당히 양보하면 또 대화에 나가겠다고 슬쩍 몸을 움직여볼 수는 있죠. 그러나 그것도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그런 대화일지 의문이 듭니다. 조기에 되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과 같은 제재 하에서는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개발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북한은 우리하고 완전히 다른 체제잖아요. (제재 속에서도) 얼마든지 버틸 수가 있어요. 북한이 자기 국민들을 생각하는 체제예요? 아니에요. 그랬으면 90년대 중반에 소위 고난의 행군, 그런 어려움 속에서 백성들을 내버려뒀을까요? 역으로 말하면, 김정은 정권에게는 그런 부담이 없다는 겁니다. 있더라도 우리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최고지도자와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 갖는 책임과 의무와 그런 정도의 무게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김정은에게는 체제적 압박만이 문제인데 이제 체제적 압박도 벗어났어요. 김정은은 트럼프의 날카로운 예봉이 꺾이기만을 기다리면 돼요. 시간이 우리 편이다 하고. 시간이 누구 편인지는 몰라요. 왜 모르느냐. 그것은 앞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어떻게 하기에 달렸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정은은 시간이 우리 편이다 하고 기다릴 겁니다. 여기에 미국은 중간선거다 뭐다 정신이 없어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도 준비해야 돼요.

북한은 위기의 고점에서 내려와 버렸어요. 그러니 기다리는 거예요. 기다릴 수 있는 거예요. 외부적인 압박도 거의 없고, 내부적인 압박도 없는 상황이니까 어떤 인센티브가 있겠어요. 그냥 회담에 나가서 국제적으로 한 약속을 지켜야겠다고 나서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도 수 십 년 동안 이룬 그것을 버리는 일에? 나설 필요가 없어요.”


-싱가포르 북-미 대화가 북한의 비핵화 인센티브를 떨어뜨린 셈이군요.

“지난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그렇게 서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실패로 밖에 분석이 안 됩니다. 김정은을 만나주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 미국이 가질 수 있는 굉장한 전략적 카드라는 것을 과소평가한 것일까요? 그것을 저런 방식으로 소진했다? 참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죠. 협상의 기술을 그렇게 숭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아마추어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미국은 북한에게서 최소한 소위 최초 신고서를 내겠다는 확답 정도는 받고 정상회담을 했어야 됐습니다. 그 다음은 서로 주고받기를 할 수도 있지만요. 2, 3차 정상회담은 사실 절반의 가치도 없어요. 정상회담 개최를 전격적으로 결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었고 실제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심각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했어요.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다시 지난해 말과 같은 정도의 압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굉장한 동력을 다시 모아야 될 거예요. 못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지금의 평가예요. 내 분석이 조금 틀렸으면 좋겠어요.”

-북한이 끝내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도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안을 보는 시각이 바뀔 수도 있고, 미국 정부가 북한을 비핵화 시키지 않았을 때 오는 전략적인 안보상황에 대한 재평가를 할 수 있지요. 미국은 큰 나라예요. 작은 전략적 실수를 저지를 수 있고, 그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않게 할 수도 있고, 실수를 다시 만회할 수도 있고, 가는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요. 만약에 김정은이 이것을 간과하면,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행보에 있어서 갈지(之)자 걸음을 걸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생각하고 원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느끼는 순간 방향 조정을 할 겁니다. 지금이 그 때인지도 몰라요. 확실한 건 ‘아, 김정은이 적극적으로 안 나오고 있구나, 뭘 얻었기 때문에 지금 뒷걸음질 치고 있구나, 첫 정상회담 때와 지금 상황이 뭔가 틀려가고 있구나’하는 것을 100% 느낀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조금 더 두고 봐야 되겠다. 최소한 1라운드는 끝난 것이지만 아직 초반의 초반을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변수가 있겠죠. 너무 속단할 필요는 아직은 없어요.”

-미국이 무역 문제로 중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북핵 문제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인가요?

“중국과의 무역갈등은 미국에겐 더 본질적이고 더 크고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두 나라가 글로벌 헤게모니를 다투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로 그야말로 아주 가장 사활적인 이해관계(vital interest)가 걸려있는 문제예요. 북한 핵문제가 미중의 공동의 관심사이고 따라서 두 나라 사이가 좋을 때 북한 핵문제가 풀린다는 일반론이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나름대로 구조의 독특함이 있고 보다 독립적인 이슈이긴 하지만 미중관계라는 더 큰 구조와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적으로 미중이 전략적 협조를 잘 할 때, 북한 핵문제가 풀리는 것이 더 유리하죠. 미중이 무역 소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북한 핵문제에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달라고 얘기하기가 어렵죠. 역으로 북한 핵문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무역 분쟁을 더 강화할 거야라고 압박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닙니다. 더구나 중국은 지난 연말까지는 북한에 대해 쌀쌀하게 대했지만 미국이 스스로 빗장을 다 풀어버린 격이 된 꼴이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의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만.

“속도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에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뭐냐,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와 있느냐, 이게 중요한 것이죠.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그냥 남북관계 개선인지, 정말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탕으로 해서 동시에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런 것을 이루면서 한미관계를 탄탄히 하고 안보를 더 굳건히 하는 바탕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런 보다 합목적적이고 보다 더 근본적인 우리 목적을 위해서 가는 것이라면 속도가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고 상관이 없어요.

지금 많은 사람들의 우려는 (우리 정부의 행보가) 그런 신중한 고려에 따른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거잖아요. 저도 똑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널 정도로 신중해야 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은 결과를 과거에 수없이 봤잖아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남북간의 약속? 이미 다 폐기됐잖아요? 90년대 초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 기본합의서는 지금 어디로 갔나요.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불과 26~7년 전 일이에요. 북한 핵문제라고 하는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돼온 문제예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은 정권의 색깔과 접근 방법의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정권이든, 과연 그 정책의 결과가 한반도의 진짜 안전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인가? 그러려면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 이루어야 되는데, 지금 과연 우리가 딛는 이 한 걸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인가를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돼요.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부호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도 똑같이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문제는 그 결과를 알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백승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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