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교황 방북 관련 고위 인사 행보 주목
2월 ‘최고위급’ 방남과 판박이 행보 여부 관심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의 방남이 추진되며 이들이 ‘사실상 특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7일 제기된다.
리종혁을 비롯한 북측 방남단은 오는 경기도 주최로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이 예상된다. 이번 국제대회를 주최하는 경기도와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는 통일부에 이들의 방남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리종혁과 동행할 인사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다. 김성혜는 올 들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및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실무자로서 역할한 것이 수차례 포착된 인사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아태 지역의 평화 교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민간 차원의 학술대회 성격인 이번 국제대회에 참석하기에는 존재감이 큰 당국자인 셈이다.
리종혁 역시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관련해 최근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사다. 우리의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조국통일연구원의 원장을 겸하고 있는 리종혁은 1980년대 말 김일성 주석에게 종교 정책의 변화를 직접 건의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후 바티칸과의 소통 채널을 담당하며 북한에서 조선가톨릭협회를 결성한 주역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협상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교황 방북 등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굵직한 사안과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 남측을 찾는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전격 방남한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전례를 들어 이들이 우리 측 당국과 의미 있는 접촉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시 북한 행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방남한 것과 ‘급’은 다르지만 유사점이 많다는 점이다.
리종혁의 경우 남북의 정상이 약속한 교황의 방북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김성혜는 최근 들어 ‘김여정 측근’으로 분류되는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김영남-김여정을 앞세웠던 지난 2월의 방남단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평가다. 이들이 나흘의 방남 기간 동안 당면 현안을 다룰 수 있다는 관측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통일부는 이날 “정부 차원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북측 방남단을 ‘안 만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기보다는 북측 인사들이 방남 후 보일 행보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차원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방남한 김여정 제1부부장 역시 서울 도착 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후에야 자신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 했음을 밝힌 바 있다.
리종혁을 비롯한 이번 고위급 방남단 역시 김 위원장의 ‘특사’ 수준까진 아니지만 당국 간 대화를 위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들고 올 가능성이 높다.
바티칸에서 공식 인정하고 있는 평양대교구장을 서울대교구장이 겸하고 있는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청한 방북 초청장 전달 등 교황 방북과 관련한 협의를 추진할 수도 있다.
김성혜를 통해서는 북미 협상과 관련한 진척 사항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비공식 루트를 통한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통일전선부 등 ‘대남 사업’ 파트에서 핵심 실무자로 자리 잡은 김성혜는 이번 방남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한 협의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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