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7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두고 거친 언사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을 향해 강경한 대응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동안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로 키’를 유지해왔지만 일본의 도를 넘어선 반응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13일부터 연이어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에 일본과 정상회담도 갖지 않을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밖에서 과도하게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기존의 정부 입장과 다른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외교 총책임자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직접 나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기 어려울 것”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판결을 놓고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에 대해 총리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총리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정부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는 갈수록 한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일본의 반응을 내버려두면 과거사 문제를 더욱 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날 선 반응으로 사태를 키우기보다는 양국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가진 뒤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
청와대는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도 갖지 않을 분위기다. 13일 싱가포르,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세안과 APEC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별도 회담도 갖지 않을 방침이다. 청와대는 “지금 분위기로는 (한일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 역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양국이 서로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타진하지 않았다. 징용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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