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경북 포항을 찾아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열리면 경북은 신북방정책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포스텍 등이 포진한 산업화 근대화의 거점 지역이자 보수 색채가 강한 포항에서 “평화가 경제”라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전북 군산을 시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전국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포스텍 4세대 방사광가속기연구소에서 열린 경북지역 경제인 간담회에서 “내년 4월 시작되는 지역특구법을 토대로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규제자유특구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경북 혁신도시와 국가산업단지를 아우르는 혁신클러스터를 지정하고 프로젝트 지원, 투자 유치, 금융과 재정 지원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포스텍과 울산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연구 역량이 포항의 철강, 구미의 전자, 대구의 의료 및 패션을 만나고, 여기에 영천의 부품소재산업이 더해지면 탄탄한 스마트 기지가 될 것”이라며 영남 지역에 특화된 산업 비전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경북 지역 경제인과 소상공인이 참석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제1회 한-러 지방협력포럼 출범식에 참석했다. 한-러 지방협력포럼은 한국 17개 시도와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소속 9개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협력체로 6월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양국 합의에 따라 출범했다. 청와대는 이 포럼을 남북과 유라시아를 잇는 신북방정책의 핵심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시대가 열리면 경북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의 거점이 될 수 있다”며 “포항 영일만항은 북한 고성항과 나진항, 극동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항과 자루비노항을 연결하는 북방 교류 협력의 거점이 될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가 완공되면 환동해권의 새로운 해양관광산업도 일으킬 수 있다”며 “동해선 철도가 이어지면 유라시아 북방교역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포항을 찾은 것은 경북이 러시아와 해상으로 이어지는 지리적인 요인과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보수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포항 일정을 함께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은 모두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보수의 텃밭인 영남에서 한반도 평화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첫 지방경제 행보를 호남(전북 군산)에서 시작한 만큼 영호남 균형을 맞추겠다는 뜻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산업화의 본산” “포항의 용광로와 대구, 구미의 수출 공단에서 희망이 싹텄고 그 희망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북에 러브콜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포항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요즘 장사하기가 어떠시냐”며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포항 지역상품권으로 특산물인 과메기 3만5000원어치를 직접 구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여가 됐다는 점도 고려됐다”며 “다시 한번 포항을 찾아 지진 피해를 위로하고 시민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는 뜻도 있다”고 전했다.
댓글 0